확장성 염두 필수… 미래형 교통수단 구축 ‘첨단 공항’으로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신공항

미래교통 상용화 대비한 설계를
활주로 추가 등 확장성 고려해야
화물 처리 적하장 확보도 꼭 필요
해상교통 연계시스템도 구축
친환경 공항 설계도 놓칠 수 없어

싱가포르 창이공항(위)은 실내에 정원과 산책로를 설치하는 등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이용객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공항은 최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항 시스템으로 호평받고 있다. 연합뉴스 ·두바이공항 홈페이지 싱가포르 창이공항(위)은 실내에 정원과 산책로를 설치하는 등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이용객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공항은 최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항 시스템으로 호평받고 있다. 연합뉴스 ·두바이공항 홈페이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가덕신공항의 개항 시기가 2029년 12월로 앞당겨졌다. 개항이 예정보다 5년 6개월 빨라지고, 공사 기간은 4년 8개월 단축된다. 일부에서는 공기가 짧아지면서 시민이 꿈꾸던 미래 공항의 큰 그림을 자칫 다 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활주로 추가 건설을 염두에 둔 확장성에 대한 대비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또 최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항 운영,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공항 설계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추가 활주로·화물 고려를

가덕신공항은 먼저 3500m 길이 활주로 1본 규모로 개항한다. 하지만 가덕신공항이 명실상부한 동남권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일본 간사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활주로 1개로 시작해 공항을 확장해 나간 사례다.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해상을 매립하는 기존 안에 따르면 국수봉을 절제한 흙을 다 넣고도 모자랄 정도였다”며 “이번에 육·해상 매립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남는 흙은 추가 활주로 건설에 대비한 기초공사를 미리 해 두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객뿐 아니라 화물까지 고려한 공항 설계도 필요하다. 가덕신공항은 부산항 신항, 철도와 연계된 트라이포트로서의 강점을 살려 물류 허브로 운영돼야 한다. 정 교수는 “사전타당성 검토 때 포함돼 있던 화물 적하장 자리가 이번 국토부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 때 터미널로 바뀌면서 빠졌다”며 “화물을 처리할 적하장 확보는 신공항의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냉동·냉장화물, 위험화물 등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에 맞춘 화물터미널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가덕신공항은 항공, 항만의 양대 물류를 함께 처리할 수 있어 향후 물류 수요가 인천공항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에 따라 항공·항만을 연계할 수 있는 이동 수단 등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항만·항공 물류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운영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는 항만·항공 물류 행정 관리 체계가 통합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우종균 동명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항공·항만 물류 관리 주체를 통합하고, 자유무역 지원 제도를 만들어 혁신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두바이공항을 롤 모델로 삼아 통관 등을 자동화하고 자유로운 송금이 가능하도록 해 비즈니스에 편리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교통 품은 스마트 공항

최신 공항 건설·운영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첨단 공항 설계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에 대비한 버티포트(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위한 비행장)와 그 상위 개념의 버티허브(이착륙에 더해 충전·정비 등 복합 기능을 갖춘 공항시설) 건설안을 제시한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UAM의 운항 반경이 300km에 달하기 때문에 여수시, 목포시 등 전남 지역 수요를 아우르는 남부권 공항으로서 가덕신공항의 위상이 커질 것”이라며 “최초 설계부터 UAM을 고려한 공항은 없기 때문에 가덕신공항을 버티허브로 설계한다면 미래교통 대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체크인, 보안 검색과 출국 등의 시스템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스마트공항 준비도 필요하다. 이대우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수하물 검사를 비롯한 출입국 시스템이 자동화되면 터미널 공간이 넓지 않아도 빠른 수속이 가능해진다”며 “이와 함께 도심공항터미널을 부산 해운대나 서면, 경남과 울산의 시내 중심지에 만들어 이용객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은 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해상교통 연계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신공항에 해운여객터미널을 함께 건설한다면 공항 입국 후 쾌속선을 타고 바로 해운대나 목포, 여수 등 호남권으로 이동하는 해상교통 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진다.

■탄소중립 친환경 공항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공항을 고려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윤태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공항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전부 재활용하는 등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간사이공항의 경우 공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전부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석 부산연구원 원장은 “친환경 공항을 만드는 것을 계기로 지역의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가덕신공항을 그린 공항으로 만들어 환경 피해를 저감하고, 녹색 신기술도 적용할 수 있는 전초 기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공항에 정원, 산책로 등을 도입한 창이공항처럼 식물을 활용한 친환경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공항도 늘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장거리 노선을 갖춘 허브 공항이 되면 해외 환승객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항에 미술 전시장 같은 문화시설을 갖추는 것도 세계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