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울산서 일격 당한 국힘 거세지는 PK 공천 ‘물갈이론’
4·5 재보궐선거 결과
울산교육감 선거 ‘진보’ 후보 완승
남구 기초의원 민주당 승리 이변
보수 강세 지역서 국힘 완패 파장
이준석 “부산 영도·기장 등 어려워”
중진 중심 교체 당위성 부각 예상
창녕군수 국힘 출신 무소속 당선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5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탈환을 노렸던 울산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에 완패하고 울산의 ‘강남’ 격인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패해 당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유일한 국회의원 재선거인 전북 전주을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지난 대선의 절반 수준인 8%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놀라운 선택”이라며 결과를 반긴 반면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텃밭’ 격인 울산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내는 바람에 내년 부산·울산·경남(PK)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층 짙어졌다.
전국 5개 시도 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전날 4·5 재보궐 선거 중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는 61.94%(15만 3140표) 득표율을 기록, 38.05%(9만 4075표)를 얻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완파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노옥희 당시 교육감이 갑작스럽게 별세해 치러졌는데, 천 당선인은 노 전 교육감의 남편이다. 보수 측은 이번 선거에서 막판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교육감 자리 탈환을 노렸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최덕종 후보가 50.6%(6450표) 득표율로 49.39%(6297표)를 얻은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를 153표 차이로 따돌리고 이겨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낳았다.
이 지역은 울산의 대표적인 보수 우위 지역이다. 3선의 이채익(남갑) 의원 지역구이고, 이웃인 남을은 김기현 당대표의 지역구다. 당내 파장이 만만찮은 이유다.
김 대표는 이날 울산 선거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자 “청주에서는 이겼다”고만 답할 정도로 당혹감을 보였다. 울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율이 현저히 낮은 보선에서는 조직 동원력이 관건”이라며 “‘전략 부재’ 외에는 패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PK 총선 위기론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 기준으로 울산 남구는 울산에서 제일 표가 잘 나오는 곳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PK에서 울산보다 조금 더 당세가 낮게 잡히는 경남 창원시 성산·진해, 양산시와 부산 북강서, 영도, 사하, 기장 같은 곳은 초접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보선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침소봉대’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가뜩이나 PK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 공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지역 내 피로도가 높은 중진을 중심으로 교체 당위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 창녕군수 보선에서는 보수 성향인 성낙인 전 경남도의원이 같은 보수 성향 무소속 경쟁자 5인과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군수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러진 이번 보선에서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결정했지만, 성 당선인을 비롯해 국민의힘 성향 인사들은 모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보수 후보 난립에 따른 표 분산에도 민주당 성기욱 후보는 10.77%를 얻어 후보 7명 중 5위에 그쳤다.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구인 전주을에서는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39.07%(1만 7382표)를 득표해 32.11%(1만 4288표)를 얻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임정엽 후보에 앞서 당선했다.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은 7년 만에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0%(3561표)를 득표해 후보 6명 중 5위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씨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4515표(10.14%)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재보선 결과와 관련, SNS에 '울산 시민이 정말 놀라운 선택을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며 반색했다.
반면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중원인 청주에서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의회를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었다”며 충북 청주시에서의 승리만 부각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울산 남구 선거 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구·경북(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혹평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