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봄밤 수놓는 야외 대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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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1963·세아이운형문화재단
‘2023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 개최
5월 12~13일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
김순영·김범진·양준모 주역… 청년 아카데미도
전석 무료 초대… 일반 관람 신청 16일 마감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공연 장면. 문화재단1963 제공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공연 장면. 문화재단1963 제공
'2023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 포스터. 문화재단1963 제공 '2023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 포스터. 문화재단1963 제공

인구 3만 명의 소도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는 매년 여름 한 달 오페라로 관광객 20만 명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옛 이탈리아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최대 3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는 성대한 축제이다. 둘 다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절대 강자라 할 만하다. 이제 걸음마 수준인 부산에서 야외 오페라는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과 함께 본격화하는 오페라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민간에서 시도하는 야외 오페라 음악회가 있어서 주목된다.

문화재단1963(이사장 위미라)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은 오는 5월 12~13일 키스와이어센터(Kiswire Center) 야외 공연장에서 ‘2023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인 데 이어 두 번째 시도하는 야외 오페라 음악회다. 올해 선보일 작품은 한국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된 ‘라 트라비아타’이다. 전석 무료 초대로 16일 신청 마감한다.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공연 무대. 문화재단1963 제공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공연 무대. 문화재단1963 제공

3막 4장으로 구성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여주인공 비올레타와 그녀에게 빠진 알프레도 두 인물 간의 사랑, 갈등, 슬픔을 다룬다. ‘축배의 노래’ 등 아름다운 선율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오페라다. 무엇보다 이번 음악회는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눈길을 끈다. 소프라노 김순영(비올레타), 테너 김범진(알프레도), 바리톤 양준모(제르몽)가 출연한다.

김순영은 국립오페라단에서 다수 주역을 맡는 등 주로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지만 2015년 뮤지컬 ‘팬텀’으로 뮤지컬 배우로도 데뷔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석사,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김범진은 2022년 독일 칼스루에 국립극장 ‘돈 파스콸레’에서 에르네스토 역으로 데뷔하는 등 떠오르는 실력파다. 양준모는 연세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메조소프라노 황혜재(플로라)·김향은(안니나), 테너 위정민(가스통), 바리톤 김원(바로네)·최은석(도비닉), 베이스 이진수(그랑빌 의사)도 출연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 문화재단1963 제공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 문화재단1963 제공

오페라 음악은 서울시향 부지휘자인 데이비드 이가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연출은 윤상호 감독이 맡았다.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대(BRERA) 연출·무대디자인을 졸업한 윤 감독은 화려한 무대 디자인과 세심한 연출로 기대를 모은다. 윤 감독은 “오페라가 종합예술이지만 야외가 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올해는 공간·입체 음향을 강화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면 마치 야외 숲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도록 톤마이스터가 미리 제작한 소리(새·풀벌레 소리)를 공연장 곳곳에 배치한 스피커에서 들리도록 준비하는가 하면 여름으로 시작하는 오페라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객석 양옆의 턱에 향기 나는 꽃을 심었다. 아직 공개 전이어서 확실치 않지만, 오페라 극 내용이 진척되는 겨울 분위기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객석에서도 계절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힐링과 오감을 자극하는 오페라가 될 듯싶다.

공연 외적으로도 이번 작업이 주목되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과 문화재단1963이 협력한 두 번째 지역 메세나 활동이란 점이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지금까지 서울에서 오페라 분야에 대한 지원 사업을 오랫동안 해 왔다. 그러다 부산의 문화재단1963과 의기투합하면서 부산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오페라 활성화로 부산의 문화 문화예술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 5회 차 수업 때 찍은 단체 사진. 문화재단1963 제공 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 5회 차 수업 때 찍은 단체 사진. 문화재단1963 제공

또한 부산 지역 청년 오페라 인재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을 도입했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고려제강 F1963 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안기 이사는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음악회에 출연할 오페라 합창단 20명은 부산 울산 경남 출신의 성악 인재로 선발했다”면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들 합창단은 멘토인 연출 윤상호, 지휘 데이비드 이, 음악코치 전지성과 한 달간 실제 오페라 무대를 위해 필요한 연기법, 호흡법, 딕션(발음) 등 전문 소양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배웠다”고 밝혔다.

합창단으로 합류한 이들 중에는 음대 재학생도 있지만, 졸업 예정자, 이제 막 유학에서 돌아온 40대, 결혼 후 아이를 돌보느라 8년간 경력 단절이 있었던 지원자까지 다양했다. 매회 아카데미 합창단 지도를 부산을 찾았던 윤 감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게 셧다운되었을 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가 첫선을 보이면서 음악인들한테 멋진 무대 기회와 감동을 줬는데, 올해는 부산 시민들도 음악회 제목처럼 힐링하는 봄밤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F1963 이 이사도 “지난해만 해도 그다음이 불투명했는데 이제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가져가기로 한 만큼 내년에는 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에 더 많은 지역 청년 음악인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 객석. 문화재단1963 제공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 객석. 문화재단1963 제공

한편 공연 관람 무료 티켓 응모 이벤트(5월 13일 오후 7시 30분 공연 초대)는 16일 자정에 마감하며 응모 방법은 F1963 인스타그램(@f1963_official)을 ‘팔로우’하고 게시글에 ‘좋아요’와 댓글을 작성한 뒤 F1963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있는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당첨자(200명)는 18일 발표 후 개별 문자로 안내한다. ‘노쇼’ 방지를 위해 노쇼 보증금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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