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광안대교 경관조명
논설위원
체코 프라하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돌다리를 만날 수 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4세가 1357년에 첫 삽을 떴다 해서 이름 붙여진 카를교다. SBS 인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여주인공이 던지는 “이렇게 근사한 풍경 혼자 보지 않게 해 줘서 고맙다”는 대사의 배경이 된 그 다리다. 이런 카를교를 더 빛나게 하는 건 야경이다.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한 밤의 카를교는 끊어진 사랑도 이어 준다고 할 만큼 낭만적이다.
유구한 역사 유적을 간직한 유럽 도시들은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일찍이 밤 풍경에 많은 공을 들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야경 명소다. 부다(언덕)와 페스트(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다뉴브강 위에 떠 있는 세체니다리와 국회의사당이 금빛 경관조명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파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센강 유람선에서 야경 즐기기다. 불 밝힌 에펠탑, 개성 넘치는 다리들과 노트르담성당을 비추는 은은한 간접 조명은 고풍스러움을 더하며 파리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부산이 야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3년 광안대교 개통 이후다.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질러 불 밝힌 광안대교는 부산의 밤 풍경을 단번에 바꿔 놓았다. 2013년 세계 교량 중 처음으로 LED 경관조명을 전면 도입하고 미디어파사드에 음향까지 어우러져 다양한 스토리를 연출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이벤트도 열리고 각종 축하와 추모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BTS 공연을 앞두고는 보라색으로 변신했다. 그 절정은 역시 불꽃축제다. 부산시는 광안대교 경관조명을 계기로 도시 야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야경 투어 상품까지 생겼다.
시가 10년 만에 광안대교 경관조명을 전면 교체한다. 주케이블·행어로프 등의 LED 전구 수와 색깔을 이전보다 많이 늘려 더욱 다양하고 선명한 색상을 연출한다고 한다. 주탑 좌우로 레이저처럼 공중에 불빛을 쏘는 무빙라이트도 6개씩 설치된다. 시는 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5월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가 10월까지 새 경관조명 설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올 여름에는 광안대교 야경을 즐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을에는 불꽃축제와 함께 더 화려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왕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 거 유럽 도시들처럼 부산만의 정체성과 색깔을 담아내는 고민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