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친구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유기동물 구조·동물권 보호 앞장
1999년 설립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동학방)은 동물권 수호를 위해 애써 왔다. 유기동물 구조는 물론이고 개식용·모피 근절 캠페인, 길고양이 인식전환 교육, 동물관련 강력사건 제보 및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다.
2006년 부산시 ‘1호’ 동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동학방의 유일한 수입원은 일부 회원과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이다. 현재 회원은 8000명이 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10~20명 수준. 후원금이 많지 않아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원은 조현웅(47) 팀장이 유일하다. 김애라(55) 대표는 학대 제보 접수를 주로 담당한다. 불법 개 농장이나 도축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산시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자격으로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다.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입양 보내는 것도 문제다. 사회화가 되지 않은 탓에 훈련소에서 교육을 시켜야 입양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훈련소 입소 비용은 동학방이 부담한다. 3년 전 한 농장에서 구조한 개 4마리는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사명감과 보람은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김 대표는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 “구조한 아이들이 좋은 가족을 만날 때”와 “구포 개시장 철폐를 이끈 것”을 꼽았다. 한국전쟁 이후 생겨난 구포 개시장은 60여 년 만인 2019년 완전 폐쇄했다. 김 대표는 “서울의 큰 단체가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포 개시장 철폐를 처음 주장하고 상인회를 설득하는 등 실무를 담당한 것도 우리”라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동분서주한 김 대표와 활동가들은 동물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부산광역시장상,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역의 동물보호단체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보호단체로 알려져 있으니까 후원금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후원은 서울로 집중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길 희망했다. 동학방이 설립됐을 때 한국에서 동물권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유기동물 구조에 앞장선 이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먼저 ‘동물권’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세상이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동학방은 2019년부터 ‘부산국제동물생명영화제’를 주최하는 등 동물권 인식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캣맘 등 동물권 보호를 외치는 이들에 대해 ‘사람도 못 먹고 사는데 무슨 동물을 돕느냐’며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동물권을 생각하는 이들은 사람이 싫고 동물이 좋은 게 아니라,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고 배우지 않나. 사람과 동물 중엔 동물이 약자”라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