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재설정… 북핵 ‘한·미·일 공조’ 전방위 행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외교·안보 분야
국빈 방미서 ‘워싱턴 선언’ 도출
양국 상호방위조약 업그레이드
넷플릭스·첨단 산업 투자 유치
한·미 재계 협력 네트워크 강화
과거사 문제 사과 없는 일본 부담
북 인권보고서 등 대북정책 강경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성의 갈림길에 섰던 한국 외교가 윤석열 정부에서 명확성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보·경제·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인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일본과 가까워지는 대신 중국·러시아와는 껄끄러운 관계로 남게 됐다.
윤석열 외교의 가장 큰 성과는 이른바 ‘워싱턴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4월 26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선언문으로 △차관보급 한·미핵협의그룹 NCG 신설 △핵무기 탑재 전략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 정기적 한반도 전개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 한·미원자력협정 준수 의지 재천명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실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핵이 포함된 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워싱턴 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정상 간 별도 선언인 워싱턴선언으로 문서화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의지를 결집했다”고 강조했다.
경제안보 협력 성과로는 넷플릭스 25억 달러, 첨단 분야 34억 달러 등 총 59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양국 간 재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한 점이 꼽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와 각종 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받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번 국빈 방미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3국 관계는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3월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보상 해법을 마련하며 한·일관계 개선에 물꼬를 튼 뒤 한·미는 물론 한·미·일 관계도 강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을 찾아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정상화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보인 미국은 즉각 환영했다.
기시다 총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7~8일 한국을 찾아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는 ‘한·미 초밀착’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두 차례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주목된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이라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다. 양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 의지를 재확인하고,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경제 분야 갈등 요소를 하나 둘씩 제거하면서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은 진일보한 점이다.
이달 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선 세 나라의 안보협력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워싱턴 선언 참여 가능성도 열어 놨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쇼’를 벌였다는 인식 아래 지난 1년간 ‘원칙’을 앞세운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담대한 구상’을 내세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북한 인권보고서를 최초로 공개 발간한 것도 윤 대통령의 대북관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최근 5년간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계인권선언과 국제 인권조약 등 국제적 기준을 적용해 북한 인권 유린 사례를 두루 담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