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도 타개책도 없었다… 여론 밀려 ‘급한 불끄기용’ 사퇴 [위기의 BIFF]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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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이사장 사의 표명

체제 전환 충분한 사전 고지 논란
영화계 안팎서 집행부 집중 성토
BIFF “인사 절차 지켰다” 말만 되풀이
수의계약·특정 대학 채용 문제 등
직원들, 내부 문제 공개 비판도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IFF 내분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IFF 내분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은 인사 논란 등으로 여론이 들끓자 ‘조건부 사퇴 카드’로 급한 불을 끄려는 것으로 보인다. BIFF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 이후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밝히고, 전 사무국장 인사 등 다양한 문제가 입길에 오르자 진화에 나섰다.

다만 이 이사장은 사실상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BIFF 주요 인사들도 인사 문제 등에 “절차를 지켰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다. 집행위원장 사퇴에 대한 실질적인 반성은 없었고,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기자간담회를 찾아 사의를 표명한 이사장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퇴 카드’ 배경은?

이 이사장은 허문영 위원장 사의 표명 이후 영화계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계는 임시총회가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 안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고지나 소통 없이 열렸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BIFF와 이 이사장을 비판했다. 이 이사장이 신임 조 운영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라 ‘조직 사유화’ 의혹 등까지 겹치면서 직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관계자 A 씨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며 “공동 위원장 체제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개 모집으로 가는 게 적절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단체들이 성명을 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15일 기자회견장에서 “제협(영화제작가협회)에서 공문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영화제작가협회는 이날 오전 ‘부산국제영화제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문영 집행위원장 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목의 설명을 발표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정관 개정과 공동위원장 위촉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총회의 안건은 제대로 공지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영화의전당. 연합뉴스 적막감이 감도는 영화의전당. 연합뉴스

■실질적 해결 방안 없어

이 이사장이 사퇴 의사는 밝혔지만, 당장 위기를 타개할 명확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사장 추천위원회 구성 등 장기적 대책은 언급됐지만, 이사장 퇴진 외에는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BIFF 집행부는 공동 위원장 인사는 충분히 논의됐고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은 “허 위원장과 운영위원장 필요성과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했고, 조 위원장이 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됐을 때 의견 교환도 했다”고 밝혔다.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은 또 다른 인사 논란에 대해 “이사장과 집행부 전체가 회의를 3차례 진행해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라고 했다.

공동 위원장 등 인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뺌을 하면서 조 운영위원장 동반 사퇴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조 위원장도 직을 던질 수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허 위원장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이진 않더라도 이견 없이 수용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직원들 내부 문제 폭로

BIFF 기자간담회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 이사장이 사의를 발표한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직원들은 계약, 인사, 특정 대학 출신 채용 등에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언급했다.

BIFF에서 회계를 20년 가까이 했다고 밝힌 직원 A 씨는 "영화제 수의계약 절차와 계약 프로세스 점검 사례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이 직원은 "영화제 예산 운용과 계약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가 만들어졌다"면서 주먹구구식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내부 인사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원 B 씨는 "이 이사장이 특정 대학 조교와 연구원 등을 BIFF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할 때 허 위원장이 반대했다"며 "이 이사장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이사장은 "집행위원장이 동의를 안 하면 (인사를) 못하게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BIFF 정관 제47조 2항에 적시된 '사무국장과 직원은 집행위원장이 이사장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 정관대로라면 인사는 이사장 승인을 받지만, 집행위원장이 인사를 결정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내부 인사 문제는 제가 의논하고 제안을 했을 수는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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