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남북한 우주 경쟁 시대 여나!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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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반도 ‘우주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걸프전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전까지 최근의 전쟁은 정찰위성과 위성항법체계(GPS)를 이용한 정밀성과 치명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우주는 평화의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전장으로 간주될 정도이다. 특히, 우주 발사체용 로켓에 세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우주 개발에 필요한 과학기술이 군사적 혹은 경제적 용도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 용도’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군사 강국들이 우주에서의 우세를 점하기 위한 우주 전장 무기 체계 및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우주군 또는 우주 부대를 창설하거나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주 개발 선진국은 지구를 살필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 운용은 물론이고, 인공위성 무기화 및 우주선을 이용한 공격 등 이른바 ‘우주 전쟁’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적 가치도 막대하다.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는 2021년 400조 원을 넘어선 이래 2030년 850조 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이 앞다투어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실제로 위성과 발사체를 만들어서 발사하는 산업과 우주 정보를 가공해서 우리 일상생활에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시장은 엄청나게 확대된다. 또한, 우주기술은 첨단기술의 집약체여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50여 국가 및 국제기구가 약 1800개의 인공위성을 운영 중이며,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이스라엘, 이란, 남북한 9개국 및 유럽우주국(ESA)이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대포동이 촉발시킨 과학로켓 연구

한반도 우주 경쟁의 신호탄은 1998년 북한이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하며 쏘아 올린 대포동 1호였다. 노동 1호를 1단 로켓으로,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량한 스커드 C를 2단으로 하는 다단식 탄도미사일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대포동)에서 시험발사됐다. 대포동1호는 3단계 로켓 점화에 실패해 일부가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추락했다. 한국은 사실상 1970년대 북한보다 앞서 미사일 개발을 시작해 1980년대 중반에는 고체 연료 지대지 탄도 미사일 ‘현무’ 자체 개발에 성공해 전력화했지만, 우주개발 차원의 로켓을 본격적으로 개발은 대포동 1호 발사 이후인 1998년부터였다. 한국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을 역임한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저서 ‘우리는 로켓맨’에서 “대포동 발사 직후인 1998년 9월 1일,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온 뒤 기술 검토조차 제대로 없이 한국형 과학로켓 발사가 2005년으로 크게 앞당겨졌다”면서 “북한의 대포동 로켓이 한국 로켓 기술 개발을 촉발시킨 셈”이라고 술회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시대 ‘우주 군사화’ 박차

“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했다”고 선언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8일 딸과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경제 발전을 위해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등을, 안보를 위해 군사정찰위성 등을 독자적으로 보유·운용해 우주 분야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2022년 4월 ‘우주 안보에 대한 도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우주 궤도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평화적 우주 개발’을 구실로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술을 시험한 우주개발계획을 통해 장거리·다단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정점고도 6200km까지 쏘아 올릴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갖춘 만큼 우주전의 주요 군사적 수단인 위성요격(ASAT)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발사체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2년 12월 12일 은하-3호 2호기 로켓 발사에, 2016년 2월 7일에는 광명성 로켓 발사에 각각 성공했다. 2019년부터는 여러 종류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적인 비난과 유엔 제제를 피하기 위해 우주개발을 명목으로 내세우면서 탄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5월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5월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와 한국의 성공

5월 31일 새벽 6시 29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천리마-1형’ 우주발사체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다. 천리마-1형은 1단 로켓이 화성-17. 1단 추력이 150~180톤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절반 정도 규모이다. 이번에 첫 발사된 천리마-1형은 비행 도중 추진력을 잃고 서해에 추락했다. 한국과 미국 해군은 낙하 추정 해역에 대기하다가, 발사체 잔해물 일부를 인양했다. 군 내부적인 조사 결과 북한의 로켓 ‘백두산 엔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로켓 엔진은 우크라이나에서 ‘RD-250’ 엔진 기술을 도입한 후 자체 개발을 지속해 2017년 3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상 점화에 성공했다. ‘화성-12형’부터 ‘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5월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5월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연합뉴스

또한, 로켓 폭발로 회수가 불가능해진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4m급 정도로 추정돼 우리나라의 위성 수준보다도 10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로 우주개발 선진국과 교류·협력을 거의 하지 않아 독자적인 실력으로 위성체 등을 개발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전략 변화와 남북한 미사일 개발 경쟁’ 보고서에서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등 발사체는 성과를 드러내고 있지만, 인공위성 부문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이 6차례의 인공위성 발사 중에서 4차례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궤도 진입에 성공한 2기의 인공위성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천리마-1형보다 6일 앞선 5월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KSLV-Ⅱ)’가 발사돼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진입시키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열었다.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자국 영토 발사대에서 우주 궤도에 올림으로써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한 7번째 나라가 됐다. 30일에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의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에도 성공했다. 우주 발사체와 유도무기의 개발 능력이 우주 선진국의 문턱까지는 도달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번 더 우주로 쏘아 올려 발사체 신뢰성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누리호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오는 2030년 달 착륙 검증선을 발사해 성능을 확인한 후 2031년에는 달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물론 북한의 실패가 끝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액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과 숱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기술적 결함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나루호 발사 실패나 미국의 챌린저호 폭발 등에서 보듯 우주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는 개발 계획의 ‘일부분’으로 간주되며, 시험 횟수가 많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도 2009년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700km까지 쏘아 올렸지만,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한쪽 분리 실패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위성 안착에 실패했다. 2010년 2차 발사 때는 1단 로켓이 폭발하면서 실패를 겪었다. 자체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도 2021년 1차 발사에서 3단 엔진 조기 연소 종료가 원인이 돼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하는 등 우주 개발사는 실패를 극복하는 기술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사진은 누리호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 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사진은 누리호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 연합뉴스

■우주 경쟁의 효과

고도 700km까지 이르는 위성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정찰위성 운용 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 핵심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로 한국은 자체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려 북한의 전략 시설을 모니터할 수도 있게 됐다. 가로 1m·세로 1m 면적보다 큰 지상의 물체를 감시할 수 있는 분해 능력 1급 이하의 인공위성 4기 체제를 갖추면 24시간 지구 어느 곳도 탐지할 수 있어 상대방 국가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어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평화적 우주 사용 목적이라고 하지만, 인공위성 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SLV)와 탄도미사일은 발사체 소재 및 엔진, 전자부품, 연료 등 기술적 측면에서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주 발사체를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활용하려면 우주로 쏘아 올린 발사체를 지구로 재진입시키기 위한 기술 등 몇 가지만 덧붙이면 된다. 우주 로켓 머리 부분에 위성을 얹으면 우주 발사체가 되고, 탄두를 장착하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되는 셈이다. 우주로 보낸 물체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미사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위성이다.

한국은 나로호 첫 발사에서 위성이 지구로 추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호주 북부 사막지대 방향으로 낙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낙하 과정에서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물체를 재진입하는 기술’을 획득하는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주 전쟁은 ‘안보 딜레마’ 심화

북한이 우주 발사체라는 명목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체를 끊임없이 개발할 경우 남한의 맞대응은 불가피하다. 이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세계 1~2위의 첨단 소재 회사와 함께 삼성과 LG 등 반도체와 배터리 등 세계 최첨단 수준의 전자부품 산업 기반을 토대로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우주 경쟁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한이 우주 경쟁이란 명목으로 자국 안보를 위한 장거리 미사일과 위성 개발에 몰입할수록 남한의 미사일과 위성 군사력 증강이라는 반작용을 더욱 강화시키는 상황이다. 물론 한반도를 지금도 24시간 지켜보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우주 열강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장철운 연구위원은 “이러한 과정이 악순환하면, (식량난 등 주민의 피폐가 심각해 경제적 여력이 없는) 북한은 자신의 안보에 위협으로 돌아오는 ‘안보 딜레마’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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