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로 310억 챙긴 사기단, 슈퍼카 굴리며 요트서 선상파티도
울산경찰, 91명 검거·20명 구속…범죄집단조직죄 적용
서울, 경기 등 수도권서 빌라·오피스텔 280채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 120명 중 27명은 보증보험 미가입해 막막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 이른바 ‘깡통 전세’를 굴려 수백억 원을 떼먹은 전국구 사기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일당 91명을 붙잡아 A(20대) 씨 등 20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구속된 주범 7명에 대해선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됐다.
A 씨 일당은 전세난이 심했던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빌라, 오피스텔 280여 채를 유통해 보증금 31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더 많은 ‘깡통 주택’이었다.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 세입자는 모두 120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재개발 예정지, 신축 건물이 많은 곳에서 빌라·오피스텔 소유주만 골라 “전세를 끼고 빌라를 팔아주겠다. 양도세도 우리가 부담하겠다”고 꼬드겼다. 대신 “매매금액보다 높은 가격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줄 테니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달라”고 요구했다. 간단히 말해 세입자(임차인)를 구해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을 받아 빌라 소유주와 나누고, 부동산 명의는 ‘바지 매수자’에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라는 얘기였다.
A 씨 일당은 그렇게 부동산 소유주와 공모해 시세보다 약 30% 높은 전세보증금을 내걸고 세입자를 구했다. 수법 또한 지능적이었다. 세입자들이 빌라나 오피스텔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금을 참고한다는 허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를 포섭해 보증보험금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액을 허위로 높이고 건물 시세를 끌어 올렸다. 세입자에게는 ‘HUG가 전세 보증금을 100% 보증한다’고 안심시켰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은 조작된 시세인지 모른 채 임대차계약서를 썼다가 ‘피 같은’ 보증금을 날렸다.
A 씨 일당은 이렇게 받은 전세보증금을 부동산 소유주에게 매매대금으로 넘기고 리베이트로 건당 많게는 8000만 원까지 챙겼다. 그러고는 급전이 필요한 주부, 무직자 등을 ‘바지 매수자’로 내세워 부동산 명의와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떠넘겼다. 바지 매수자는 대부분 울산에 거주하는 61명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건당 100만 원을 받았다.
A 씨 일당은 또 조직폭력배를 낀 다른 사기조직과 함께 ‘깡통 전세’를 준 빌라 등을 담보로 은행과 대부업체에 66억 원 상당을 대출받기도 했다. A 씨 일당은 각종 범죄수익으로 요트에서 선상 파티를 열거나 슈퍼카와 고급 오토바이 여러 대를 소유하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사이 피해자 120명 중 27명은 보증보험에조차 가입하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 역시 보증보험에 가입한 93명에게 전세금 전액(총 180억 원 상당)을 지급해야 해 피해를 봤다.
경찰은 A 씨 조직을 상대로 부동산 55채(시가 95억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A 씨 일당과 공모한 혐의로 감정평가사 2명을 조사 중이며, 범죄에 연루된 감정평가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명의 대여비를 받을 목적으로 ‘깡통 전세’를 소유할 경우 전세사기의 공범이 될 수 있다”며 “전세를 구할 땐 시세가 합당한지 복수의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