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산불과 폭우에도 화석연료 감축 ‘요원’
그리스 산불에 3만여 명 대피
캐나다·인도 폭우로 정전·산사태
G20 화석연료 감축 공동성명 불발
기후변화 여파로 폭염과 폭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는 산불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 수만 명이 대피했으며 캐나다와 인도에서는 극단적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나 주요 20개국(G20)은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국 AFP통신과 미국 CNN 등은 22일(현지 시간)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섬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번져 주민과 관광객 등 3만여 명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로도스호텔협회는 이날 관광객 1만 명가량이 버스나 도보, 배를 통해 로도스섬 북부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밝혔다.
현지 방송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화마와 연기, 그리고 폭염 속에 여행 가방을 끌며 줄지어 대피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특히 로도스섬 산불은 지난 18일 시작돼 섬 중부와 남부 일대를 휩쓸었다. 최근 그리스를 덮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그리스의 최장 폭염 일수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 라구바르도스 콘스탄디노스 연구책임자는 “15~16일간의 폭염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역대 최장 폭염은 1987년 12일간 이어진 폭염이었다.
반면 22일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는 역대급 폭우가 내려 주민들이 대피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동부 지역에서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2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의 기상 전문가 라이언 스노던은 1971년 허리케인 ‘베스’ 이후 핼리팩스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한때 7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
또 인도 서부에서 지속된 몬순(우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마하라슈트라주에 내린 집중호우로 19일 산사태가 발생해 라이가드 지역 이르샬와디 마을을 덮쳤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인도 북부 히말라야 지역에 잦은 산사태와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해 우기가 더 위험해졌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후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나 화석연료 감축은 요원한 상황이다. 22일 G20 에너지 장관들은 인도 고아주 밤볼림에서 화석연료 감축 등 문제를 4일간 논의한 끝에 이날 공동성명 대신 성명문과 의장 요약만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공동성명은 각국이 모든 사안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른 경우에만 발표되는 점을 미뤄 저감장치 없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다른 의견을 가진 국가들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AFP통신은 G20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에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