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日 ‘더 데이스’, 한국 원전은 얼마나 다를까?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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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더 데이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8부작)가 국내에 공개됐다. ‘더 데이스’는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7일간의 이야기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요시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요시다 조서’와 도쿄전력이 발표한 사고 보고서, 가도타 류쇼가 쓴 ‘죽음의 문턱을 본 남자’를 토대로 정부 관료와 도쿄전력 직원, 원전 직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의 진실에 접근한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 원전 전력이 끊기면서 핵연료를 식히지 못해 폭발로 이어졌고,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는 3500여 명, 피난민은 16만 4000명이 발생했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는 사고 당시 우왕좌왕하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소위 원전 전문가들의 무능함과 은폐, 책임 회피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이를 통해 과연 한국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준비되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에서 시작했지만, 사람이 키운 피해”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초동 대처에 미흡했고, 일본 사회의 ‘낙하산 인사’와 ‘학벌’ ‘안전의 외주화’ ‘원전 마피아’ ‘관료주의’ 등이 사고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미처 드러내지 못한 당시의 상황을 일본 언론의 각종 기사와 간 나오토 전 총리의 회고록 등 관련 서적, 보고서 등을 종합해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본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낙하산 인사와 비전문성

드라마에서 국가 멸망의 와중에도 원전 고위직을 차지한 관련 비전문가와 일본의 관료주의가 전문적 판단을 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이 수시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원자력안전보안원 데라사카 원장이다. 데라사카 원장은 총리의 질문에 기초적인 내용조차 대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한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간 총리가 데라사카 원장에게 “당신, 원자력 전문가요?”라고 묻는다. 대답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였다.

최고학부인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경제산업성 엘리트 공무원 출신인 그는 사고 직전까지 경제산업성에서 슈퍼마켓 등 유통업계를 관장하는 상무유통심의관을 맡았다. 경제산업성 산하 조직인 보안원에서 낙하산으로 원장직을 맡은 상태였다.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에게 기술적 설명을 해야 하는 원자력 행정의 최고 대표가 원자로 시스템에 문외한이었다. 인사 난맥으로 원전 안전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 준다.


넷플릭스 '더 데이스' 의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넷플릭스 '더 데이스' 의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무책임한 일본 원전 학계

드라마에서는 관저와 대책본부, 후쿠시마로 가는 총리 헬기 안에서도 학자나 행정 관료, 도쿄전력 직원 등 원자력 전문가들은 무엇 하나 확신을 갖고 책임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모두 머리를 숙이고 관련 서류를 뒤적거리기 바쁘다. 드라마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속셈과 뼈에 새겨진 관료주의,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일본의 무능력함이 사고의 핵심이라는 것을 은유한다.

마다라메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대표적이다. 1970년 도쿄대학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도시바 기술자, 도쿄대 원자력안전공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2010년 4월 위원장에 취임했다. 위원장은 총리의 자문역으로 일본 원자력계 최고의 실무자이자 학계 최고봉이다. 간 총리는 후쿠시마 현지 시찰에도 동행했던 마다라메 위원장에게 “폭발할 위험성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마다라메 위원장은 “벤트 작업으로 수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거기에는 산소가 있어서 연소 반응이 일어납니다만, 그건 굴뚝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면서 “염려하지 마십시오. 폭발할 우려는 없다”라고 수차례 단언했다.

하지만, 1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에도, 마다라메 위원장은 “휘발성 물질일 겁니다"하고 대답한 뒤 TV에서 폭발 장면이 나오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아차!’ 하는 신음을 내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당시 총리 집무실에서 일본 원자력 최고 전문가의 그 모습을 목격한 모든 사람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는 주민 대피 회의에서도 “담당 부서가 아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학계 전문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도쿄전력 원전마피아 내부의 갈등

도쿄대 공학부 출신 이른바 원전 엘리트들이 원전 입지 계획을 세우고 도시바나 히타치 등 제조업체들과 작업 방식을 협의한다. 주로 관리자로 경력을 이어 가면서 현장의 일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도쿄 본사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면서 생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도쿄전력 내부의 이론파와 현장파의 갈등도 한 몫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에서 도쿄전력 본사에서 지휘하는 무토 부사장이 그런 인물이다. 그는 도쿄공대 출신으로, 학회나 업체와는 학연으로 연결된 엘리트였다. 원자력계획부 부부장과 원자연료사이클 부장을 역임하는 등 발전소 현장보다 본사 근무 경력이 훨씬 많다. 2002년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 2원전과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등이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를 고치고, 은폐한 사실이 적발돼 고참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무토 부사장이 이론파라면,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소장은 2011년 3월 11일 이전에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이다. 도쿄공업대학 기계물리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원자핵공학을 공부한 후 1980년 도쿄전력에 입사했다. 사고 10개월 전인 2010년 소장으로 취임했다. 1999년부터 3년간 후쿠시마 제2원전 발전부장을 역임하고 2005~2007년에는 후쿠시마 유닛 소장으로 일하는 등 현지 고졸 사원이나 협력 회사 하청업체 직원들을 지휘하는 현장파였다. 드라마에서는 내부 정치에 강한 이론파 무토 부사장과 현장파 요시다 소장의 갈등이 결국 도쿄전력 내부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해결하는 암초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의 도쿄전력 무토 부사장.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의 도쿄전력 무토 부사장.

■관료보다 더 관료적인 도쿄전력

도쿄전력 원자력 부문은 원전마피아라고 부를 정도로 다른 집단과 교류를 극도로 꺼리는 조직이다. 또한, 도쿄전력 기업 문화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와 윗사람 눈치 보기로 일관해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 조직이었다.

드라마에서 도쿄전력 연락책으로 관저에 파견된 다케쿠로 고문은 정치가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로 원전 현장 전문가의 면목은 없었다. 그는 도쿄전력 부사장을 거쳐 해외 원전 수출 계획을 짜는 국제원자력개발 사장을 역임했지만, 발전소 실무경험이 빈약해 총리 관저에서 사고 상황 자문과 수습에 제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더 문제는 도쿄전력의 불투명성이다. 도쿄전력의 사고 은폐는 관행적이었다. 2002년, 2007년 원전 사고 은폐가 사회적 문제가 됐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인근 조에쓰 앞바다에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는 단층에 대한 조사(2003년) 결과 길이 20km가 넘는 활단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7~8km에 이르는 단층이지만 활단층은 아니다”라면서 사고 당시까지도 계속 감추면서 방파제 추가 건설 등의 보완 공사를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장면

■‘미사일에도 끄떡없다’는 면진중요동 파손

드라마에서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현장 지휘는 극심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된 건물인 면진중요동에서 이뤄졌다. 요시다 소장과 본사 비상재해대책실과의 화상회의가 24시간 여기서 열렸다. 면진중요동은 니가타현 조에쓰 지진(2007년) 경험을 참고해 진도 7 이상에도 견딜 수 있도록 2010년 건설됐다. 도쿄전력 측은 “미사일에 맞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화상회의 시스템과 가스터빈 자가발전기, 활성탄필터 환기장치가 설치됐다. 이중 출입구가 설치돼 오염된 바깥 공기가 직접 들어오지 않는 설비였다. 지진으로 사무용 본관이 쑥대밭이 되면서 면진중요동은 사고대책본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원전 수소폭발로 면진중요동 유리창과 문 입구가 깨지고, 찌그러지면서 방사성 물질이 마구 들어왔다. 틈새를 테이프로 막고, 문을 다시 세우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여실히 보였다. 간신히 복구한 덕분에 요시다 소장은 면진중요동에서 현장을 지휘했다. 한국의 경우 이런 사태에 대비한 시설이 어떻게 준비됐는지 궁금한 장면이다.


■하청에 의존하는 안전의 외주화

8회 ‘일본 붕괴의 시나리오’에서 요시다 소장은 원자로 냉각용 급수가 힘들어지자 하청업체인 일본원자력경비서비스 고참 직원을 긴급히 찾아 ‘소방차 탱크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을 전화로 문의한다. 하청업체 직원은 “절차가 꽤 복잡하다.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작업은 불가능하다. 처음 하는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전화를 끊고 얼마 뒤 그 직원은 갑자기 대책본부에 나타나 “아마추어 같은 사원분들께 맡길 수 없다”면서 죽어도 죄책감을 갖지 말아 달라면서 현장으로 향한다. 원전의 핵심 운영 및 정비 기능 대부분이 하청업체에 맡겨져 있는 것을 시사한다.

도쿄전력 기술의 원천은 하청기업의 능력을 언제든 끌어내는 데 기반한 것이었다. 이런 방식을 ‘전화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하청회사를 돈을 주고 고용해, 전화로 지시해 일을 시키는 방식이다. 원자력 안전 기술이 모두 도쿄전력에 있는 듯 보이지만, 스스로 체득하거나 생산한 기술이 아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방차를 다룰 수 있거나 중장비를 쓸 줄 아는 사람도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위기 상황에서 사원처럼 지휘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도쿄전력의 오퍼레이터 50명 가운데 13명은 도시바 사원으로 집계됐고, 3호기 수소폭발 직후 현장에 출동한 직원 상당수도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태를 본 미국 원전 안전 전문가들은 “거의 (하청업체에) 통째로 맡긴다” “안전도 하청을 주고 있다”라며 놀랄 정도였다.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성

쓰나미로 외부 전력이 끊어지면서,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사용후 핵연료 수조 냉각펌프 기능이 마비됐다. 해수와 담수 유입 등으로 논란을 빚는 사이, 통상 40도를 유지하는 수조 수온이 84도로 급상승했고, 15일 오전 6시 폭발했다. 사용후 핵연료라도 붕괴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냉각시켜야만 한다. 당시 4호기는 정기 점검 중이어서 가동하고 있지 않았다. 원자로 안에 있던 핵연료는 모두 들어내, 건물 위쪽 사용후 핵연료 수조에 보관된 상태였다. 4호기의 수조에 들어 있는 세슘137의 양은 약 3700만 퀴리. 체르노빌 사고에서 방출된 양의 약 16배다.

문제는 일반 원자로의 핵연료는 압력·격납용기, 콘크리트 차폐벽 등 여러 방어 장치 아래에 보호되지만, 사용후 핵연료는 격납용기 바깥에 저장한 상태였다. 폭발로 건물 벽이 파손되면서 당시 한국 TV 뉴스에서도 보도된 4호기 옥상 모습에서 수조가 보일 정도였다.

더욱 큰 문제는 3호기. 3호기는 플루서멀(Plu-thermal) 발전이었다. 플루서멀 발전은 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일반 원전과 달리, 사용후 핵연료로부터 원자로 안에서 발생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꺼내고 그 플루토늄을 우라늄에 섞어 만든 MOX 연료(mixed oxide fuel: 혼합산화물핵연료)를 사용한다. 강력한 폭발로 건물 상부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철골도 꺾이면서 사용후 핵연료 수조가 외부로 드러났다. 수조 물이 증발하면 대량의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퍼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사용후 핵연료 임시 보관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사고 당시에도 수조에서 냉각수가 없어지면 연료가 붕괴하고 열이 발생해, 용융이나 2차 발열이 일어날 수 있다. 연료를 덮는 지르코늄 합금 피복이나 튜브가 발화해, 수백 km 떨어진 곳에 방사성 물질이 쌓여 일본 동북부 지방을 초토화하는 사태가 예견될 정도였다.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는 안전한 보관이란 조건 자체가 불가능한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국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의 안위가 걱정될 따름이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미국 전문가 총리 관저 상주

미국 정부는 사고 발생 5일 뒤부터 일본 체류 미국인들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80km 바깥으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아직 원전에서 20km 권역 내의 주민에게만 피난 지시를 내린 시점이었다. 미군은 당시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후쿠시마 제1원전 상공으로 띄워 원자로 온도가 비정상으로 높은 상태라는 걸 확인한 뒤였다. 미국도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가 없는 곳에 노출된 4호기 사용후 핵연료 수조 문제를 극도로 염려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자국민 대피 권고 발령과 함께 미·일 협의체를 제안했다. 미국은 일본이 “뭔가를 숨기고 있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의심했다. 이후 일본은 미국 정부 측 전문가를 총리 관저에 상주시키는 것을 허락했다.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에서도 외국 정부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현장과 도쿄전력 본사에 연락관 형태로 파견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의 피해와 일본 정부의 은폐

드라마에서는 후쿠시마 주민의 방사능 피폭과 피해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2회차 ‘피난할 필요는 없다’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은 언론 기자회견에서 “피난은 필요 없다”고 말한 뒤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거주자들은 대피하라”고 말을 바꾸면서 소극적인 대피 지시로 일관한다. 그는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영향도 경미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당시 총리 관저에는 방사능 오염 확산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지도가 이미 보고됐다. 문부과학성 관할 재단법인 원자력안전기술센터가 운용하는 ‘긴급시 신속 방사능 영향 예측 시스템(SPEEDI: System for Prediction of Environmental Emergency Dose Information)이 작성한 것이었다. ‘스피디’는 6시간 뒤까지 풍속·풍향을 예측해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에 확산되는 상황을 알기 쉽게 지도에 표시한다.

스피디 예측 결과 방사성 물질이 바다 쪽이 아니라 내륙 북서쪽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매우 중요한 데이터였지만 간 총리를 비롯한 관저에 있던 고위 간부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거나 혹은 전달 사실 자체가 은폐된 것으로 짐작된다. 84번에 걸친 스피디 시뮬레이션 결과는 아사히신문사의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에서 사고 17일 뒤에 ‘국민들에게 데이터 은폐’란 제목으로 폭로됐다.

일본 정부가 스피디 시뮬레이션 결과를 주민 대피 결정에 활용했다면,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주민들이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당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당시 보안원 간부는 이에 대해 “생각이 짧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관료주의와 무책임에 병든 늙은 일본의 모습에 화가 날 정도이다.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포스트

■‘더 데이스’가 한국에 말하는 이야기

더 데이스는 8회로 끝났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드라마를 제작한 마스모토 PD는 “12년 전 일어났던 사고가 아니라,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요시다 소장은 드라마 말미에 원전 사고를 회고하면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무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드라마는 분명히 원전을 둘러싼 인간의 무능과 조직 부패가 증폭시킨 인재라는 점으로 읽힐 뿐이다. ‘더 데이스’가 보여 주듯,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단지 오염수 방류 논란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십~수백년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뒤의 솔직한 소감은 “한국은 일본과 얼마나 다른가”였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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