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원전 5개 있는 부산 기장군에 국내 첫 SMR 건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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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 중 울진군 다음 많아
5조 원 이상 경제 파급효과 기대
신규 확보 재정 7000억 원 추산
“거대한 원전 단지 전락” 우려도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두 번째)와 해체 절차를 진행 중인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두 번째)와 해체 절차를 진행 중인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기장군이 SMR(소형 모듈 원자로) 유치에 성공하면서 부산에서 운영되는 원자로가 6기로 늘었다. 지난 수십 년간 각종 지원과 혜택으로 ‘원전 효과’를 확인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유치 찬성 여론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향후 AI 등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에 맞춰 원전 추가 증설 압력이 높은 가운데, 신규 원전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지역이 거대한 원전 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전국 5개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6곳에서 원자로 26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의 고리 3·4호기 등 정비 중인 원자로 8기가 포함된 수치다. 전체 원자로 가운데 26%(7기)가 고리(부산 기장군, 5곳)와 새울(울산 울주군, 2곳) 등 부산·울산 원전에 밀집돼 있다.

이번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SMR 1기 등을 포함하면 고리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들어선다. 국내에 운영 중이거나 운영 예정인 원자로 33기 중 부산 기장군에만 6기에 달한다. 이는 경북 울진(8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개수이다.

기존에도 고리 원전에 원자로 5기가 운영 중이었던 기장군은 지난 17일 SMR 유치에도 성공했다. 기장군의 유치 성공 배경엔 주민들의 높은 동의율이 있다.

기장군은 주민 여론 조사 결과가 반영되는 주민수용성 분야에서 21.91점을 얻어 유치 경쟁 상대였던 경북 경주시(20.03점)보다 우세했다. 이 여론 조사는 SMR 유치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찬성 응답률에 비례해 점수가 높아진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4개 분야(각 25점)를 항목으로 실시한 종합평가(100점 만점)에서 기장군의 점수는 87.11점이었다. 경주시(84.56점)와 격차는 2.55점에 불과했다. 실제로 기장군은 환경성·건설적합성 항목에서는 경주시에 뒤처졌다. 또 다른 우세 분야였던 부지적합성의 격차도 0.33점으로 미미했다.

이처럼 기장군이 주민수용성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원전 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꼽힌다.

기장군은 1978년 최초의 원자력 발전 상업 운전(고리 1호기)이 시작된 지역이다. 그동안 지역에는 원전 건설·운영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피해를 부담하는 대가로 발전소주변지역법에 따른 각종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 왔다. 원전 교부금,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통한 지자체 재정 확충은 물론 전기 요금 보조, 공공시설 건립, 장학금 등 주민들이 직접 받는 혜택도 상당했다.

i-SMR기장군자율유치추진위원회 김명욱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원전과 함께 살아가면서 각종 지원과 혜택으로 지역이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 원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한 SMR 유치로 앞으로도 지역에 일자리 증가 등 실질적인 발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기장군청도 SMR 유치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청에 따르면 SMR 건설 기간인 2030년부터 2035년까지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5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건설 업계에 투입되는 사업비와 공사에 따른 고용 유발, 지역 소비 진작 등을 합산한 결과다. 군청은 특히 SMR 건설로 지역 건설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와 기장군청 등 지자체가 신규로 확보하는 재정 수입만 85년간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소주변지역법 등에 따른 법정 지원금과 원전 지역 안전 관리, 환경 보호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전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군청 정의정 원전정책팀장은 “과거 대형 원전 유치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와 한수원 측의 평가를 토대로 추산한 규모”라며 “마련된 재원은 각종 사회 기반 시설 조성과 기업 유치, 지역 숙원 사업 등 추진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앞으로 더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원전 업계와 학계에서는 향후 전력 예상 수요에 맞춰 추가 원전 수십 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지난 5일 발표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책 제언’에서 “2050년까지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원전 증설과 그에 따른 전력 공급의 과실은 첨단 기업, 대기업이 있는 수도권에서 거두지만 원전이 들어서는 곳은 부산·울산 등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제 논리에 밀려 지역의 안전과 희생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소수 의견’에 그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지역 자체가 거대한 원전 구역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17일 낸 성명에서 이번 부지 선정 결과를 두고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력 소비를 위해 영남 동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지역의 미래 발전 가능성마저 제약하는 에너지 식민지 정책”이라며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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