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도심 비키니 차림, 유죄? 무죄?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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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비키니 차림의 도심 질주 빈번, 과다노출 논쟁
‘공공장소에선 지양’ 많지만, ‘개인 자유’ 옹호 목소리도
개인과 도시 공간문화 관점에서 논의·연구 필요할 때

해수욕장 또는 수영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키니 차림이 도시 한복판까지 진출했다. 유달리 무더운 올여름에는 비키니 차림을 한 이들이 도심 공공장소에 자주 등장해 화제가 됐다.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거나 킥보드를 타며 당당하게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찬반으로 크게 갈린다.

아마 올여름은 대놓고 등장한 도심 비키니 차림을 두고 본격적인 논쟁이 불붙은 해로 기억될 듯하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비키니 차림의 모습이 더 자주 도심에 나타나지 않을까 여겨진다.


올여름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탄 채 질주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사회적 논란이 분분했다. 부산일보DB 올여름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탄 채 질주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사회적 논란이 분분했다. 부산일보DB

■ 전국 도시를 누빈 비키니 차림

작년 7월 말 상의를 벗은 남성이 뒷자리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태우고 서울 강남 일대를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했다. 이 광경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한동안 국민적인 화제가 됐다. 당시 ‘논란(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잡지 홍보 효과를 노린 소행으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두 사람 모두 과다노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비키니 차림을 한 채 오토바이나 킥보드를 타는 ‘비키니 라이딩’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여러 번 목격됐다. 부산에서는 지난 19일 수영구 남천동 일대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태운 넉 대의 오토바이 행렬이 목격됐으며, 18일에는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도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태운 오토바이가 다수 발견됐다. 며칠 앞서 서울에선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서 역시 비키니 차림을 한 여성을 태운 오토바이가 나타났고, 홍대 거리 일대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킥보드를 타며 거리를 활보한 여성들도 있었다.

도심에서 비키니 차림을 한 여성들을 목격하는 일이 훨씬 잦아진 것이다. 당사자들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기존 사회 통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점이 많이 달라졌다.


비키니 라이딩 단체의 회원들이 이달 중순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에서 비키니 라이딩을 옹호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독자 제공 비키니 라이딩 단체의 회원들이 이달 중순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에서 비키니 라이딩을 옹호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독자 제공

■ 과다노출 규제, 합의 쉽지 않아

비키니 차림의 도심 질주나 활보에 대한 의견은 찬반으로 크게 갈린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엉덩이 등의 지나친 노출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 과다노출은 책임과 배려가 없는 행동, 타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일탈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반면, 노출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으로 법적인 제재는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탔던 이들은 부산 해운대와 대구 동성로에서 ‘당당하게 벗은 내가 문제냐? 불편하게 보는 니가 문제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비키니 차림을 옹호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공공장소에서 과다노출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커 보인다. 우리 법률 체계도 공공장소에서 과다노출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 형법 등 3겹의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노출을 단속하는 측면에선 점점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예전에는 여성의 가슴 노출이나 속이 비치는 시스루 의상도 규제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완화된 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예전과 달리 동시대를 살고 있더라도 세대나 사회 통념, 개인 가치관에 따라 노출을 대하는 편차가 매우 커 전 세대와 사회를 아우르는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결국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키니 차림의 도심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규제와 자유’ 논쟁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휴양지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 등 관광객들이 사이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비키니 차림의 도심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규제와 자유’ 논쟁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휴양지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 등 관광객들이 사이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 부산일보DB

■ 개인과 도시 공간의 관점, 고민 필요

비키니 차림과 같은 도심 과다노출은 앞으로 더욱 사회적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다노출을 규제하는 법률이 있다 해도, 이를 판단하는 개인의 주관적 성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개방 사회의 추세에 따라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 빈번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과다노출의 쟁점은 노출 부위가 얼마나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가’로 집약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개인 가치관과 사회 통념의 변화에 따른 주관적 편차가 매우 넓다. 개인주의의 보편화로 이 편차는 더 벌어졌으면 벌어졌지, 줄어들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과다노출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 사회의 공공질서 유지가 맞물린 문제다. 여기다 앞으로 도시의 공간문화를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정책적 함의도 포함돼 있다. 단칼로 매듭을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개인과 미래 도시 공간문화의 관점에서도 논의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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