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많은 부산, 전봇대 전기차 충전기로 '활로'
아파트 전유물이던 충전기, 전봇대 활용해 주택가에도
부산 한전직원 아이디어로 2019년 시범 운영 후 본격 설치
부산시-한전, 협업으로 시내 17곳 34대 규모 설치 완료
전국 최초로 전봇대 충전기를 선보인 부산이 주택가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전력 부산울산지역본부(이하 한전)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서면을 시작으로 시내 17곳에 34대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충전시설을 설치했다”고 8일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부산시와 협업으로 전봇대와 전압기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곳에는 주차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은 것.
지금까지 전기차 충전기는 신축 아파트단지 주차장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규정에서 예외인 주택가나 빌라촌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한전 부산본부 직원이 전봇대와 변압기를 활용한 충전기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택가에서도 손쉽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를 이용하면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이고 저렴하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급속충전기는 인근에서 전기를 끌어와 높은 전압에 견딜 수 있는 굵은 전선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전봇대 충전기는 전깃줄에서 바로 연결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전 부산본부는 직원의 아이디어로 내놓은 전봇대 부착형 전기차 충전기와 충전기 겸용 지상 변압기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시내 보급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인근 울산시와 광주시에도 충전기가 설치될 예정이고, 한전 본사에서도 전봇대 충전기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한전 부산본부는 “직원들이 몇 년 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예측하고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충전기 개발에 나섰다”며 “전기차 충전 사각을 해소하고 충전기 구축비도 절감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