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러로 재미 보자”… 해운대 휩쓴 수백억 환차익 ‘폰지사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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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행세 부유층에 투자 유도
3년간 19명에게 470억 원 가로채
40대 여성 사기 혐의 구속기소
초기엔 수익 일부 주며 증자 권유
피해 규모 더 커질 듯… 공범 수사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마린시티 등에 거주하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미국 달러를 이용해 환차익 수익을 내주겠다며 수백억 원을 받아 챙긴 4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1명이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70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등 피해 규모가 큰 데다 경찰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40대 여성 A 씨를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약 3년간 해운대구 일대에서 이른바 ‘폰지사기’를 벌여 19명을 대상으로 47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근무 중이고 부동산 사업 등으로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투자하면 달러를 활용해 환차익을 내주겠다고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예를 들어 1억 3300만 원(약 10만 달러 상당)을 투자할 경우 일주일에 수백만 원 상당의 환차익을 수익금으로 지급한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주요 범행 대상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A 씨는 자신의 배우자가 의사인 점, 자녀의 학원 정보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다가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가 병원 여러 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속이는 등 재력을 과시했고, 지인을 동원해 자신에게 투자하도록 권유했다는 게 피해자 측 설명이다.


A 씨는 투자금을 받은 후 약 1~2개월간 피해자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금액 일부를 지급했고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 금액을 높이도록 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은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70억 원 상당을 A 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A 씨는 경찰에 자신을 신고할 경우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며 피해자들을 압박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 소개로 A 씨를 알게 됐다는 한 피해자는 “A 씨가 미국에서 큰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았고 한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달러를 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하게 됐다. 투자 과정에서 사기를 의심하고 원금을 돌려달라 요청했지만 A 씨가 여러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현금뿐 아니라 대출을 끼고 투자했기 때문에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해운대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해 지난달 17일 A 씨를 구속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30일 A 씨를 구속기소 했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았고 다량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역시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수익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SNS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A 씨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기준 해당 오픈채팅방에는 110여 명의 피해자들이 모여 법원 앞 엄벌촉구집회 등 단체 행동을 준비 중이다.

경찰이 A 씨의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고 A 씨에게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지금도 피해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피해 금액이 매우 큰 데다 피해자 수도 많아 아직 피해 규모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추가 피해사례를 취합하고 공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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