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지원 거부에 국제사회 당혹
앙숙 알제리 등 대부분 손길 거부
4개국만 승인해 국민 불만 고조
120년 만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2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모로코가 다른 국가들이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지원 손길을 거부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지진 발생 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많은 국가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2년 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했던 알제리까지 “모로코를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공식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나섰다. 그러나 모로코 정부는 현재까지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의 지원만 승인했다.
심지어 모로코는 더 광범위한 차원의 인도주의적·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특히 프랑스가 모로코의 원조 거부에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WP는 1912년부터 1956년까지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가 모로코의 태도에 놀랐으며, 이를 두고 이민과 기타 문제들로 양국 간 관계가 냉각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BBC는 알제리와 더 가까워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로 프랑스와 모로코의 관계가 경색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모로코와 알제리는 국경 문제 등으로 수십 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알제리는 2021년 적대 행위를 이유로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했다.
모로코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모로코가 도움 받기를 주저하는 동안 모로코 국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모로코의 비평가인 마티 몬지브 작가는 BBC에 “주권과 국가적 자존심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조가 필수적이므로 거부할 때가 아니다. 선진국들도 재난에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