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재난지원금 환수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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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모든 게 한가위 때만큼 풍성해서 편안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는 위축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이럴 때 정부가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지급한 재난지원금까지 환수하려고 한다니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7차례 제공되어 혹독한 시기를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일부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만 환수 계획을 추진한다니 형평성에도 맞는지 모르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코로나 유행 시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은 지급 당시 공고문에 사후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일부 재난지원금에 대한 환수 계획을 밝혔다. 이 장관은 “코로나 기간이 길고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그동안 환수를 미룬 면도 있다. 구체적으로 대상자와 금액에 대해 산정하고 법률에 근거해 절차를 준비 중이다. 빠른 시간 내에 구체적 환수 계획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급된 새희망자금은 251만 명에 2조 8000억 원, 버팀목자금은 301만 명에 4조 3000억 원이다.

이들 두 자금은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지급됐다. 음식점, 뷔페, 제과점, 카페,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학원, 독서실, PC방, 실내체육시설 등이 혜택을 받았다. 무엇이든 줬다가 다시 뺏아 가면 기분이 나쁜 법이다. 재난지원금 환수도 마찬가지다. 이정식 중소상인살리기협회 회장은 “3년 4개월간의 코로나로 소상공인들은 폐업조차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내몰렸고, 지금도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재난지원금을 환수하겠다고 나섰으니 정부의 빈 곳간을 소상공인의 빚으로 채우려는 것이다”라고 반대했다.

재난지원금 환수는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내년에 정부가 감면하는 세금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고, 그것도 대기업에 집중되었다는 소식은 또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소비 위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이들이 소상공인이다.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이 나타나고 있는 시기에 재난지원금 환수를 한다면 경제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재난지원금을 환수할 때 하더라도 지금은 기간을 연장하는 게 옳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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