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보험료 체납 71만 세대 중 75%는 연 소득 100만원 이하
8만여명 건보 혜택 못받아…3년 6개월 이상 급여제한자도 5294명
전혜숙 의원 "아파도 돈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 막아야"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수원 세 모녀’ 처럼 월 5만 원도 되지 않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못 낸 생계형 체납자가 71만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위기가구 위험 징후인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체납 세대’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세대 수는 올해 7월 현재 93만 1000세대이며, 이 가운데 월 5만 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밀린 생계형 체납은 71만 세대로 전체 체납 세대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전혜숙 의원실 제공

생계형 체납 세대는 매년 증가 추세로, 2021년 68만 5000세대에서 2022년 70만 8000세대로 늘었고, 올해에는 지난 7월 현재 71만 세대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 저소득층 세대의 체납 건강보험료는 8995억 원으로 전체 장기 체납액 1조 5031억원 중 60%를 차지했다.

생계형 체납 71만 세대 가운데 75%인 53만 2000세대는 연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 소득 100만 원 초과 300만 원 이하 세대는 7만 4000세대 △300만 원 초과 500만 원 이하는 4만 5000세대 △500만 원 초과 1000만 원 이하는 5만 5000세대였으며, △1000만 원 초과는 3000세대에 불과했다.

특히, 생계형 체납자 중 8만 2720명은 건강보험 급여 제한으로 병·의원이나 약국에 가도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간별로는 △6개월 미만 건강보험 제한 인원이 2만 6599명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은 1만 5534명 △1년 6개월 이상 2년 6개월 미만 1만 6849명 △2년 6개월 이상 3년 6개월 미만 1만 8444명이며, 5294명은 3년 6개월 이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1년 6개월 체납되었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어도 의료기관 이용에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나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제공한 보험급여 만큼 체납자에게 환수를 하기 때문에 의료비 전액을 체납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 체납자는 물론 생계형 체납자의 상당 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전혜숙 의원은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료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며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벼랑 끝 위기에 있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