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수처리장, 민간 투자로 지하화… 요금 인상 우려
부산시, 예산 없다며 BTO 추진
민간이 장기간 하수처리 맡게 돼
5700억 건지려 요금 올릴 수도
가계·재정에 장기적 부담 가능성
부산시가 30년 이상 노후화된 수영하수처리장을 완전 지하화하겠다며 민간 투자 카드를 빼 들었다.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 재정사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인데, 공공이 도맡아 오던 하수처리를 민간에 맡기면서 하수도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부산시와 부산환경공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시는 부산 최대 규모의 수영하수처리장의 현대화 사업을 ‘민간투자 손익공유형(BTO-a)’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말 민간사업자로부터 제안서가 들어와 이를 검토 중이며, 현재 부산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민자적격성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시는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환경부의 승인을 받으면, 내년부터 이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한 행정 절차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에 57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영하수처리장 1·2단계 34만 5000㎡ 부지를 완전 지하화하는 만큼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영하수처리장은 1988년에 준공돼 올해로 35년 째다. 2012년 한 차례 시설 개선 공사를 실시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절반만 개선됐다. 1단계 구간의 절반은 시설 상부를 덮어 체육공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절반 구간은 상부에 노출돼 있다.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최소 30년간 민간 기업이 하수처리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민간업체가 운영할 경우 민간의 수익 보전을 위해 하수도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하수도 요금 현실화를 위해 내년도부터 3년간 매년 8%씩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민자 사업이 진행될 경우 시민들이 부담하는 하수도 요금은 이보다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재 성격인 하수처리장을 민간이 운영할 경우 수질 개선이나 시설 유지 보수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화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경우 재정사업으로도 충당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환경공단 노조는 현재 겉으로 드러나 있는 1단계 시설을 반지하화하고 노후 오수관로 등을 개량하면 2000억 원 이내에서도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시는 우수와 오수 관로를 분리하는 분류식 관로 사업에 2040년까지 3조 5065억 원을 쓸 계획이다. 분류식 관로 사업을 조정하면 재정사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간투자 방식이 당장은 손쉬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시민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BTO 방식은 높은 이자율에 운영비 보장 등 시가 30년간 부담해야 할 재원은 몇 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시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하수도 요금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도 노후한 수영하수처리장의 유지관리·수선 비용 등에 지속해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더라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 관계자는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더라도 하수도 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도록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