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땐 관리 소홀” vs “하수도료 큰 폭 인상 없을 것”…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논란
노후시설 민영화 나쁜 선례 우려
수익 위해 개·보수 외면 가능성
영도처리장도 인수 때 문제 발생
시 “특별·일반회계상 민투 불가피”
시민 부담 없도록 요금 조율 방침
부산시가 35년된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수영하수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환경공단의 노조와 시민단체는 시가 인천·제주 등 타지자체처럼 재정 사업으로 이를 추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는 재정 여건 상 재정 사업은 어렵고,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하수도 요금 인상폭이 크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노후처리장 현대화 조건은 갖춰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에 위치한 수영하수처리장은 1988년 가동된 부산의 첫 하수처리장이다. 부산의 13개 하수처리장 중 처리 용량을 비롯해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수영하수처리장은 하루 45만 2000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건립 계획 때는 이곳이 부산의 외곽지역에 속했으나, 주변으로 센텀시티가 들어서면서 도심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이 됐다.
시는 2012년 수영하수처리장에 한 차례 시설 개선사업을 실시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인해 1단계 구간 중 절반은 현재 처리장이 외부로 노출된 상태다. 수영하수처리장은 2019년 환경부의 전국 공공하수처리시설 노후화 실태 평가 대상에 선정됐다. 시는 지난해 용역비 15억 원을 확보해 수영하수처리장 노후화 실태 평가와 개선 타당성 등을 조사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은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아직 용역이 진행 중이지만 수영하수처리장은 환경부의 재건설 필요 기준을 만족한 상태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공공하수인프라과 관계자는 “노후화 실태평가에서 90점을 넘으면 재건설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수영하수처리장은 100점이 나왔다. 그만큼 현대화 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제주는 재정 사업 추진
문제는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는 사업비가 5700억 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간투자방식(BTO-a)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를 진행 중인 제주도와 인천시 등의 지자체는 ‘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사업비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받아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승기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민간투자 사업이 아닌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이자 등을 포함한 장기적 비용이 재정 사업보다 클 것으로 판단해 특별회계와 일반회계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결정한 지자체도 있다. 대전하수처리장은 2016년 민간사업자의 제안서가 접수돼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실시계획이 인가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대구시도 서대구 지역에 하수처리장을 통합지하화하는 사업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시는 부산의 경우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국비 50%를 받았고, 인천의 경우는 특별회계·일반회계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의 경우 일반회계 예산은 여유가 없고 하수특별회계 예산은 분류식 하수관로 설치 사업에 계속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재정 사업 가능한 방안 찾아야”
이번 수영하수처리장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이후 노후 하수처리장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하구 신평동에 위치한 강변하수처리장은 1990년 개소해 33년째 운영 중이다. 시는 강변하수처리장에 대해서도 내년 노후화 실태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 용호동에 위치한 남부하수처리장도 1996년 운영을 시작해 곧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환경공단 노조 관계자는 “지은 지 30년이 넘는 시설은 앞으로 계속 나올 건데 그때마다 용역해서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할 거냐”면서 “시가 과도하게 추진하고 있는 분류식 관로 사업만 좀 줄여도 재정사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영도·동부하수처리장이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돼 15년 민간 운영 기간이 끝나고 현재는 공단이 운영 중이다. 민간이 운영할 때 설비 유지 관리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 공단이 인수할 때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영하수처리장이 민영화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도 “하수처리장은 필수 공공재다. 당연히 공공에서 담당해야 할 분야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목소리를 냈다.
시는 민간투자 사업을 통해 완전 지하화가 가능한 만큼 시민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일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의 체감 부담이 크지 않도록 조율하고, 하수처리장 완전 지하화를 통해 시민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