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 사각지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또 유예?
소규모 사업장 적용 세 달 앞두고
경영계 “준비 시간 더 필요” 난색
노동계 “노동자 죽음 방치” 반발
산재 사망자 해마다 꾸준히 늘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세 달 정도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추가 유예 가능성을 내비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영계는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수가 어려워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적용 유예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라며 팽팽하게 맞선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대부분 발생하는 만큼 적용 유예가 현실화된다면 법안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계 ‘적용 유예’ 노동계 ‘전면 시행’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달 18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 적용 시기를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며 “경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 법안 적용을 이번에도 또 유예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6일부터 여당이 발의한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유예 법안 폐기를 위한 노동자·시민 10만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의 죽음을 내버려 두는 것”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모든 사업장 전면 적용하고, 책임자 처벌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 사망자 60% 이상 ‘50인 미만’서
노동계가 밝힌 바와 같이 50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산재 사고 사각지대다. 고용노동부의 사망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연도별 산재 사망 사고자 수는 △2019년 2020명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이다.
전체 산재 사망 사고자 수 중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수는 △2019년 1245명(61.6%) △2020년 1303명(63.1%) △2021년 1359명(65.3%) △2022년 1372명(61.7%)으로 2019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망 사고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비율로 따져도 꾸준히 60%가 넘어, 50인 이상 사업장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더 많은 것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안전 관리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에서 나아가 제대로 된 법 집행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본부 박수정 위원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수가 다수인데 이를 유예한다면 사고가 사라지기는커녕 악순환만 이어질 것”이라며 “사업장 규모별로 법안을 나누는 것은 노동자의 죽음에서도 차별을 두는 것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 법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사업주가 형사처벌받도록 한다.
그러나 당시 50인 미만(건설업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 전문 인력 확보와 관련 비용 문제 등에 어려움이 큰 만큼 적용 유예기간을 뒀다. 내년 1월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크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