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3명 중 1명에 발생… 감기만큼 흔한 여성질환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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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원인과 증상·치료법

환자 수 최근 5년간 61% 증가
크기 따라 월경 과다 등 증상
가족력·출산력·비만 등도 영향
악성종양 전환은 아주 드물어
근종절제술 해도 절반은 재발
절개 범위 작은 로봇수술 선호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 40~50%에서 발견되는 흔한 여성질환이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검진과 관찰이 중요하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박정우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 40~50%에서 발견되는 흔한 여성질환이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검진과 관찰이 중요하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박정우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종양이다. 가임기 여성의 약 25~35%에서 발견된다. 35세 이상에서는 발생 빈도가 높아져 40~50%에 이른다. 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근종 환자는 2017년 37만 6962명에서 2021년 60만 7035명으로, 5년 동안 61% 증가했다. 2021년 기준 40대(37.6%)가 가장 많았고, 50대(30.9%), 30대(17%) 순이었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박정우 교수는 “자궁근종은 감기만큼 흔한 여성질환이지만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기적인 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절반 이상 뚜렷한 증상 없어

자궁근종은 자궁 내벽을 구성하는 근육 조직인 평활근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발생 위치에 따라 근육층 안에 생기는 근층 내 근종, 자궁 외부 장막 부분에 생기는 장막하 근종, 자궁 내부 점막 아래 발생하는 점막하 근종으로 나눌 수 있다.

자궁근종이 있더라도 50%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근종의 위치나 수, 크기에 따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월경 과다나 비정상 자궁 출혈이 가장 흔하다. 골반 통증, 월경통, 성교통, 골반 압박감, 빈뇨나 복부 팽만감도 있을 수 있다. 근종이 크거나 다른 합병증이 있는 경우 임신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정확한 검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자궁근종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호르몬, 특히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초경이 빠를수록 자궁근종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트로겐 함유 피임약이나 폐경 여성의 호르몬제 복용은 발생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존 근종의 크기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 폐경기에는 근종 크기가 줄어든다.

임신과 출산 경험은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가족력도 영향이 있어서 가족 중에 자궁근종 환자가 있으면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 여성은 발생 빈도가 3배가량 증가하고, 당뇨가 있다면 체질량지수와 관계없이 발생률이 늘어난다고 보고됐다.

진단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골반진찰을 시행한다. 초음파 검사도 가장 많이 쓰인다. 짧은 시간에 근종의 크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 경과 평가에 유용하다.

■자궁절제술은 꼭 필요한 경우만

자궁근종의 치료 방법은 환자의 연령, 폐경 여부, 증상 유무와 정도, 근종의 변화 양상, 출산 계획 유무, 자궁 보존 희망 여부 등에 따라 결정한다. 근종 크기 변화가 없고 특별한 증상도 없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하면서 지켜보는 게 원칙이다. 폐경이 머지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자궁근종은 커지더라도 보통 서서히 진행되는데, 이차적 변성이 생기거나 악성 변화가 일어나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악성종양으로 전환하는 악성 변화 비율은 1000분의 3 미만으로, 아주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종이 빠르게 커지고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를 해야 한다. 비수술적(약물적) 치료에 많이 쓰이는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 호르몬 효능제(GnRH agonist)는 근종이 큰데 임신을 원하거나 당장 수술이 힘든 환자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근종이 아주 크거나 증상이 심할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자궁근종절제술은 절반 정도는 근종이 다시 생기고, 이 중 25~35%는 재수술이 필요하다. 자궁절제술은 증상이 심각하거나 나이와 상태를 고려해 근종절제술이 불가능할 때 시행한다. 박정우 교수는 “자궁절제술은 전신마취와 입원이 필요하다. 수술 후 다른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18~40%로 보고돼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절개 범위가 작고 손 떨림을 최소화해 출혈, 통증이 덜하고 염증이나 유착 등 부작용도 낮출 수 있다. 이외에 자궁근종에 혈액을 공급하는 자궁동맥을 막는 자궁동맥색전술, 바늘을 삽입한 뒤 고주파로 열을 발생시켜 근종 세포를 없애는 고주파 자궁근종용해술,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근종을 태우는 원리인 고강도 집속 초음파(하이푸) 등이 치료에 사용된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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