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특기 들배지기, 전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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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초등 씨름 선수 김태경
소년체전 청장급 2연패 달성
뛰어난 기술력 두 체급 석권
지난해 5개 전국 대회 우승
내년 부산 소년체전 정상 꿈

김채린 감독, 최초 여성 사령탑
장사 타이틀만 개인 통산 13개

지난해 5개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내리초등학교 김태경. 지난해 5개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내리초등학교 김태경.

김태경을 발굴하고 키운 김채린 감독. 김태경을 발굴하고 키운 김채린 감독.

초등학교 2학년 때 씨름을 시작한 내리초등학교 김태경 선수는 지난해 무려 5개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초등부 모래판의 최강자다. 통상 씨름 선수라면 덩치가 크고 억센 이미지가 떠오른다. 최근 부산 기장군 기장읍 내리초등학교에서 만난 김태경은 이런 선입견을 깨버린 수줍음 많은 도시 소년이었다.

“처음엔 그저 운동이 재미있어서 학교 씨름부에 들어갔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씩 승리하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김태경의 삶은 김채린 감독이 2019년 내리초등에 부임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당시 씨름부는 3학년부터 입단이 가능했지만 김태경을 눈여겨본 김 감독이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 입단시켰다. 2학년 당시 몸무게는 27kg으로 또래들보다 오히려 왜소하고 작은 몸집이었다. 2021년 4학년 말쯤 경장급(40kg)에서 소장급(45kg)으로 체급을 겨우 올렸다.

5학년이 된 김태경은 고된 훈련의 부담감과 여느 또래들처럼 친구들과 놀고 싶어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그때 김 감독이 소년체전까지만 도전해보자고 설득했다. 당시 몸무게는 43kg으로 소장급이었으나 체급 내 경쟁자들을 감안해 청장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작전은 적중했다. 소년체전에서 예상치 못한 1위에 오르며 샛별처럼 등장한 것이다. 김태경을 키운 김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태경이와 동갑인 친구, 한 살 위의 형 등 부산 내에서도 또래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태경이가 갑자기 키가 훅 자라서, 아예 체급을 올리고 근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죠. 전체적인 근력은 아직 좀 부족하지만 기본적인 씨름의 자세나 중심 등을 좀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김태경의 특기는 들배지기다. 저학년 때는 밭다리기술과 손기술도 곧잘 했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들배지기를 완벽하게 익혔다. 유연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특유의 승부욕으로 경기에서는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몸이 뻣뻣해서 사실 씨름 자세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술 활용과 승리에 대한 의지로 훈련한 덕에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김태경은 5학년이었던 재작년 제76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서 청장급 3위를 시작으로, 19회 학산김성률장사배 전국장사씨름대회는 청장급 2위, 제51회 소년체전에서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청장급 1위에 올랐다.

작년 성적은 더욱 화려하다. 제53회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 용장급에서 1위, 제24회 증평인삼배전국장사씨름대회 청장급 1위, 제1회 대한체육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 용장급 1위, 제52회 소년체전 청장급 1위, 제60회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 용장급 1위, 제77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 용장급 2위, 제37회 전국시‧도대항장사씨름대회 용장급 2위를 기록했다. 소년체전 2연패와 더불어 2체급을 사실상 석권했다.

올해 신곡중학교에 진학하는 김태경은 “중학교에 가서도 제 주특기인 들배지기 기술을 더욱 연마해 각종 전국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경을 발굴하고 키운 김 감독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전국 최초이자 부산 최초의 초등학교 씨름 여자 감독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가 씨름 기술도 같이 배웠다. 이후 아예 씨름으로 전향해 2017년부터 여자부 씨름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다. 여자부 장사 타이틀이 개인 통산 무려 13개다. 유도와 태권도 단증에다, 씨름·유도·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김 감독은 “씨름은 덩치 큰 사람들만의 운동이 아니다. 최근에는 생활체육으로, 학교체육으로 어린이와 일반인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전신근육을 사용하는 다이어트 스포츠로, 꾸준히 하면 운동 효과가 상당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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