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vs 신축… 옛 부산기상청 활용 ‘동상이몽’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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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 보건복지센터 조성사업
구의회, 내년 예산 대부분 삭감
“200억 원 드는 개축 효과 없어”
구 “랜드마크 짓기 전 활용을”

부산 동래구청 전경 부산 동래구청 전경

부산 동래구가 옛 부산기상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보건복지행정센터를 조성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동래구의회는 새로운 공간이 국민운동 단체, 체육회 사무실 등으로 채워져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동래구의회는 명륜동 옛 부산기상청 부지에 조성할 보건복지행정센터 리모델링 예산을 지난달 삭감했다고 26일 밝혔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36억 원 중 주차타워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제외하고 25억 원이 삭감됐다. 동래구청이 내년에 구청 옆 건물을 리모델링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동래구청이 제시한 리모델링 안에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게 예산 삭감 이유다. 보건복지 행정센터 조성을 위해 부지 매입, 리모델링 예산 등 약 200억 원이 투입되는 데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래구청은 지난 5월 옛 기상청 부지(1826㎡)와 건물을 150억 원에 매입했다. 옛 기상청 부지는 접근성이 좋아 다수 공공기관이 매입을 원했던 곳이다. 늘어나는 행정 수요에 대비하고 주민들을 위한 정신건강 케어·사회복지 기능을 지닌 보건복지 행정센터 등을 만들기 위해서다.

동래구청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876㎡ 규모의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가칭 보건복지센터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1층에는 △국민운동 단체(새마을운동·한국자유총연맹·바르게살기운동) 사무실 △여성단체협의회 공유부엌 △동래장학회·동래구체육회 사무실을 배치했다. 2층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다목적 강당, 3층에는 예비군 동대 통합청사 조성을 고려했다. 4층은 예비군 동대 창고, 미화원 휴게실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본관 옆 홍보관은 신청사 법정 주차 면수를 채우기 위해 주차타워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센터 건립에 수백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지만 건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구의회 지적이다. 보건복지센터 리모델링 계획안에서 보건복지 행정 관련 시설은 정신건강복지센터뿐이다. 이마저도 보건소가 운영 중인 것을 가져와 규모를 넓히는 수준이다. 동마다 흩어져 통합 필요성이 제기된 예비군 동대를 제외하면 국민운동 단체, 장학회, 체육회 사무실 등은 다른 곳에서 이전하는 데 그친다.

구의회는 신축 계획을 세워야 예산 낭비가 없다고 주장한다. 동래구의회 정명규 의장은 “리모델링으로 불필요한 시설을 만드는 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랜드마크 건물 신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게 동래구청이 주민 기대에 부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동래구청은 옛 기상청 부지에 제대로 된 건물을 신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동래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제대로 된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예산 확보 등에만 4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비워둘 수는 없다”며 “당장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무실 용도로 채운 뒤 향후 주민이 원하는 시설 등으로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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