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안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해운대구 만들 것”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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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선정
지역적 한계 넘어 지역 최초 자유표시구역으로
“해리단길~해수욕장, 콘텐츠 가득한 길로 재편할 것”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정대현 기자 jhyun@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해운대구가 지역 최초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에 지정됐다. 정부는 2016년에 서울 강남 코엑스를 처음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 후 올해 해운대해수욕장을 명동과 광화문광장과 함께 새로 지정했다. 해운대가 서울 명소와 나란히 지정된 일은 이례적이다.

이는 해운대구가 하나로 뭉쳐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다. 준비 기간만 6개월이 넘었고, 해운대구청장과 담당 부서도 “총력을 쏟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청 유태승 교통환경국장 말마따나 그 과정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이건 꼭 뽑혀야 한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이 지난해 여름 행정안전부 자유표시구역 공모를 보고 떠올린 생각이다. 뒤이어 창조도시과에는 “무조건 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

이유가 있었다. 부산 관광 1번지 해운대해수욕장 위상이 과거 명성에 비해 빠르게 떨어졌다. 백사장 해수욕으로 족하던 휴가 트렌드도 바뀌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이제 해수욕장에서 레저와 휴식,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누리고 싶어 한다.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때 김 구청장 눈에 띈 것이 광고물 자유표시구역 공모였다.

해운대구는 이미 광고하기 매력적인 곳이었다. 김 구청장은 “예전부터 해운대구에는 광고 문의 연락이 많았는데 법적 제약이 있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에 막혀 아쉽다고 생각하던 차에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운대구에는 광고 문의가 ‘억수로’ 쏟아진다. 전국을 돌아봐도 유수의 기업이 광고 투자를 하겠다는 지역이 잘 없다. 지역은 대형 건물이 적고 유동 인구도 적다.

해운대구가 이번에 자유표시구역에 최종 선정된 데에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해운대구는 광고를 유치할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세부 계획을 제출한 타 지자체와 달리 공공재인 바다를 중심으로 계획안을 짰다. 세부 계획은 선정 이후 제출하겠다고 했다.

서울 지자체는 기존 대형 건물에 광고를 내걸면 되는 방식이지만 구남로는 공공재인 바다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디어폴, 미디어타워 등을 신설해야 했다. 사전에 건물을 선정하는 일은 특혜로 인식될 수 있었다. 접근 자체가 전혀 달랐다는 의미다.

대형 해수욕장이라는 지역적 특성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해운대구의 계획을 받아본 행정안전부 담당자들은 당장 영화 ‘해운대’를 떠올렸다. “영화처럼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며 태풍과 바닷바람, 그에 따른 시설 부식을 우려했다.

당시 담당자 설득에 나선 유 국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라며 부식을 해결할 기술을 앞세웠고 해변가 문제는 월파이지 바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켰다. 무엇보다 대형건물이 없는 비어있는 해변가에서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결국 해운대구는 내로라하는 대형 건물 없이도 바다를 앞세워 지역 최초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됐다.

김 구청장은 이제 콘텐츠 개발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옛 해운대역부터 해운대해수욕장을 잇는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옛 해운대역 일대 해리단길에는 ‘로컬 브랜딩 활성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공간을 조성해 관광객이 즐길 거리를 늘린다는 내용이다. 해리단길을 넘어 구남로로 오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 있다. 길마다 다채로운 광고를 조성해 볼거리를 즐긴 뒤, 관광객들은 백사장 ‘프로모션 존’에서 다채로운 휴식거리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김 구청장 생각이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해운대해수욕장 운영은 상업성을 지양하겠다는 보수적 접근이 바탕이 됐는데 앞으로는 안되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나가겠다”며 “해운대만의 콘텐츠를 개발해 해운대구를 랜드마크 있는 지역, 오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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