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바닥 쳤나? 정반대로 갈린 전문가 전망
전문가 4인 올해 부산 시장 전망
“하반기 반등” vs “지속적 하락”
반등론자, 금리 인하·총선 변수
거품 걷혀 가을 이사철부터 반등
하락론자, 금리·규제완화책 한계
더 내려갈 듯… 당분간 관망해야
지난해 부산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바닥을 치고 반등할까, 아니면 바닥을 뚫고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갈까. 부산의 대표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만나 올해 부산 부동산의 전망과 키워드, 투자 전략 등을 물었다.
■상저하고·지속 하락 ‘팽팽’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고 입을 모았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작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로 평가한다”며 “고금리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주택 소비 심리는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거래량은 역대급으로 감소했다. 주택 산업 종사자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중요한 건 올해다. 2024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과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상저하고’(상반기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 반등)라는 의견을,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과 김혜신 대표는 연중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강정규 교수는 “올 상반기까지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지금처럼 침체가 유지되지만, 총선 이후부터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거시경제 지표가 조금씩 나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올해는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지역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발주되는 시기”라며 “이런 여러 가지 낙수 효과로 인해 하반기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난해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작년은 부산 부동산에 쌓인 거품을 정리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고, 거품이 걷히면서 오히려 가격 안정성을 다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반기 중에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올 하반기에는 그간 적체됐던 부산의 입주 물량이 정리되면서 상황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며 “1~2분기에 부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3분기 가을 이사철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등하리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성수 교수는 “올해 반등을 하려면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유치됐어야 한다. 현재는 부산 지역에 기대 심리가 싹 사라졌다”며 “신공항 조기 개항과 북항 2단계 재개발 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당연하게도 이와 연계된 BuTX(부산형 급행철도), 도시철도 신규 착공 등 교통 인프라 구축도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총선 이후 기대 심리가 깨진다면 하반기는 지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현실적 차원에서 총선에서 나올 규제 완화책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키워드는 총선·금리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은 시장을 변화시킬 변수로 작용한다. 김혜신 대표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동산 시장을 살릴 모범 답안은 저금리·장기 대출 정책”이라며 “올해 경제 상황 역시 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제로 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올해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건설 업체들이 연이어 휘청인다면 지난해보다 심각한 상황도 그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부산의 엑스포 재도전 천명이 시장을 살릴 특효약 중 하나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재도전을 단순히 약속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적으로 확정 짓는다면 2035년이라는 기한에 맞춰 신공항과 북항 등 개발 사업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작업은 총선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면 부산을 바라보는 기대 심리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총선 과정에서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올지 변수로 작용하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 등 재개발·재건축 완화 기조가 시장 반등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입지가 좋은 지역을 눈여겨보다가 재개발이나 재건축, 내 집 마련 등 투자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올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가장 큰 변수는 금리고 부산의 경우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앞으로 계속 줄어들기에 역전세 등 여러 문제가 해소되리라 본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등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품을 적극 활용해 추가 하락의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올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 교수와 김 대표는 투자보다는 관망하는 자세가 올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