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몰 배송 기사들 “갑에게 우린 을도 아닌 정” 한숨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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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점·경남 김해점 소속
다단계 계약 대기업 횡포에 눈물
효율 명목 근무일수 일방 축소에
수익 감소 항의하자 실직 내몰려
“엔데믹 후 주문 줄자 고통 전가”

이마트 연제점과 김해점 배송 기사들이 지난 11일 이마트 김해점 앞에서 ‘복직’과 ‘24일 근무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마트 연제점과 김해점 배송 기사들이 지난 11일 이마트 김해점 앞에서 ‘복직’과 ‘24일 근무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한 유통 대기업 물류 배송을 맡은 기사들이 새해 초부터 계약 불발로 실직 위기에 놓였다. 사 측이 주문이 줄었다며 근무일 수 조정에 나서자 배송 기사들이 근무일이 줄면 생계가 어렵다고 반발, 결국 계약 자체가 무산됐다. 뒤이어 사 측이 규모를 줄여 별도 채용에 나서면서 배송 기사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문제의 유통업체는 이마트 부산 연제점과 경남 김해점이다. 15일 온라인 배송지회 연제·김해분회에 따르면 두 점포 물류 배송 기사들은 지난 8일부터 두 마트를 오가며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집회에는 연제점 배송 기사 46명과 김해점 13명 등 59명 전원이다. 이들은 ‘월 24일 근무’ 보장을 전제한 복직을 요구 중이다.

이들 배송 기사들은 이마트 온라인 채널인 SSG닷컴 도급업체인 (주)프레시원(월드 유니온)에 소속돼 있으며 그동안 연제점과 김해점에 할당되는 택배 물량을 배송하는 일을 해 왔다. 사 측은 코로나19 시기에 인력을 대거 충원했다가 택배 물량이 줄면서 지난해 2월부터 강제 휴무일을 적용하는 등 근무일을 줄였다. 두 점포 배송 기사들은 지난해 월 26일 안팎을 근무했으나 최근에는 근무일이 19~20일로 줄었다.

연제점 배송 기사는 “월 최대 500만 원을 보장한다는 구인 광고에 차를 사고 회사에 들어온 사람도 있다”며 “고정 지출비를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적다. 근무일까지 줄이면 먹고 살 수 없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기사들은 차량이 있어야 채용이 된다.

배송 기사들은 사 측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 측이 당초 근무일 축소를 놓고 배송 기사들과 협의에 나섰다가 이견이 조절되지 않자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 측은 뒤이어 기존보다 규모를 줄여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한 배송 기사는 “사 측이 지난 10일 기사들에게 문자를 보내 연제점은 36명, 김해점은 11명의 배송 기사를 채용한다고 알렸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기 위해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두 점포는 일반 용달차를 이용해 택배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냉동 제품 등은 아이스박스에 담겨 냉동·냉장 설비를 갖추지 않은 차량으로 배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공산품은 외부에 노출된 채 배송된다. 해당 지역 맘카페에는 배송 지연 등에 불만을 터트리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기업인 SSG닷컴은 도급업체를 통한 계약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우리는 배송사와 계약을 맺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일에 관여하기가 어렵다”며 “배송사와 배송 기사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배송 기사는 “SSG닷컴이 원청이고 현대글로비스, 프레시원 순으로 도급 계약을 맺는다. 프레시원과 계약서를 쓰는 우리는 흔히 말하는 갑·을·병·정 중 ‘정’인 셈”이라며 “결정권을 가진 SSG닷컴이 전원 복직과 24일 근무 보장으로 우리 생계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글·사진=이경민 기자 min@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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