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생명 볼모 의료파업 현실화, 더는 용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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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어 부산도 전공의 사직서 제출
필수의료 붕괴 속 집단행동 철회해야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부산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 국민 여론도 무시한 채 끝내 집단행동을 감행할 셈이다. 19일 부산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 20일 시작되는 전국적인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아직 전국 상황과 달리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 피해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환자를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대다수의 국민 여론을 이길 순 없을 것이다.

의사단체는 과거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막아섰다. 비대면 진료처럼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 수용에도 저항해 왔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4000명 증원을 강행하려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두 손 든 선례를 염두에 두고 의사협회가 강경책을 택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파업은 그때의 의사 파업과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에는 ‘의사가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적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을 중심으로 필수·공공의료 붕괴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여론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는 의사들의 파업은 설득력을 잃었다.

의사단체는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진행한다는 현실에 여론은 싸늘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인 국민 촛불행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의사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파업 기간에 전면 허용하기로 하는 등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들도 “예전에도 의사들이 파업한다고 하면 정부가 물러서는 바람에 힘을 너무 키워준 것 같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독일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사 수를 늘리는 추세다. 정부가 전문직 면허 숫자를 늘리는 데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료 인력 확대를 막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이기적 집단행동이 의대 증원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이길 수는 없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국민은 의대 증원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의사들은 자신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차갑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길 바란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비난과 거센 역풍을 맞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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