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현대차그룹 최대 실적에 대한 단상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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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부장

글로벌 3위 수성… 사상 최대 실적
현대차 평균판매가 3년새 배 뛰어
노조 고임금 ‘욕하면서 사는 차’ 인식
유한양행처럼 진정한 국민기업 되기를

현대차그룹은 201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5위로 입성한 뒤 성장 정체를 보였다. 하지만 2018년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당시 수석 부회장)을 맡은지 4년 뒤인 2022년 12년 만에 3위로 올라섰고 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구 5000만 명을 갓 넘고 글로벌 내수 10위 규모의 나라에 있는 한 브랜드가 이 같은 순위를 낸다는 건 불가사의다. 현대차그룹은 내수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수출’에서 답을 찾았고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생산 물량의 80%가량을 수출하는데, 물량이 최근 3년새 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78조 338억 원, 영업이익 6조 671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판매량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730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1위인 토요타가 1100만여 대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지만 920만여 대로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추격 가시권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판매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3위를 지켜낸 것이다. 일부에선 “이제 1~2위도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위기에 GM과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수요 급감을 예상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미국 등에서 생산력을 유지해 오히려 글로벌 점유율이 올랐다. 또한 부진했던 중국을 대신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과감히 눈을 돌린 것도 성과다.

자동차 업계에선 “토요타와 폭스바겐도 최근 중국 판매가 줄어들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어 글로벌 순위 변화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와 중국시장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톱3에 든 주요 원인으로는 단연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품질, 디자인이 꼽힌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발표한 ‘올해 자동차 업계 인물 50인’에서 5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영향력 1위를 뜻하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수직이착륙항공기 등 광범위한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비전을 그리며 미래 산업에 대한 발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꼽혔다.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을 때도 위기론이 나돌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리스 등으로 눈을 돌려 오히려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성장을 이뤄낸 것도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호실적으로 달러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면 국가경제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수 20%를 맡고 있는 국민 입장에선 신차 구매 때마다 부담이 적지않다.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평균 차값이 최근 3년새 배 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2020년 평균 차값이 28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는 5270만 원으로 뛰었다. 현대차 측은 차값이 비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제네시스 판매량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전체적으로 차값이 비싸진 것은 사실이다.

국민 입장에선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가 내수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들 차량이 아닌 브랜드를 구입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옛 쌍용차) 등 국산 완성차는 물론이고 일부 독일차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현대차그룹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값이 이 같이 비싸진데 대해 국내에선 ‘노조의 고임금’ 때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일부에선 “현대차 사느니 차값이 비슷한 수입차를 사겠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수입차의 경우 국내 100원에 들여오면 각종 세금 등으로 140원이 되는데, 동급 현대차가 차값이 비슷한 상황은 쉽게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지방에서 합판가공업을 하는 한 소상공인은 “1t 트럭을 주로 쓰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이 시장을 독점한 때문인지 교체때마다 30~40%씩 차값이 올라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4년 연속 1위로 ‘국민기업’이 된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크리넥스 티슈를 사면 이 회사가 좋은 곳에 쓰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듯, 현대차를 사도 편한 마음이면 좋겠다. 이제 더이상 현대차가 ‘욕하면서 사는 차’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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