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충돌 영향
미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도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일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결국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증시가 2%대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이는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줄곧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 오후 늦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소폭 하락해 1394.5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종가 기준으로도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불거진 중동 사태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1350원을 넘은 이후 일주일 동안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일주일간 상승 폭은 약 50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자 외환당국은 연이어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움직임과 외환 수급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 2022년 9월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앞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통해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실물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중동 사태 등 대외 불안 영향에 국내 증시도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내린 2609.63에 장을 마쳤다.삼성전자(-2.68%), SK하이닉스(-4.84%), LG에너지솔루션(-1.88%), 삼성SDI(-1.9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미국 테슬라의 주가가 하루 만에 5% 이상 급락하며 이차전지 종목 대부분 종목도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9.61포인트(-2.30%) 내린 832.81로 장을 마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