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교실이라고 가이드라인까지 허술해서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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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모듈러 교실 학생 건강 빨간불

준공 직후 개학해 환기 시간 절대 부족
공기질 기준치 초과로 아토피 등 기승
가이드라인 있으나 검사 빈도 등 모호
시교육청, 뒤늦게 현장 점검 나서기로

부산에서 과밀 학급과 학교 시설 노후화를 해소하기 위해 모듈러 교실이 늘어나면서 학생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집증후군’과 유사한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정작 모듈러 교실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러 교실 학생 건강 빨간불

모듈러 교실은 2020년 교육부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했다. 모듈러 교실은 설치나 철거가 쉬워 임시 교실이 필요하거나 과밀학급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결 대안으로 거론됐다. 부산에는 2021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학생이 늘면서 모듈러 교실이 처음 세워졌다. 건축법에 따라 시공해 일반 건물과 단열재, 내화재를 똑같이 넣고 친환경 자재로 사용해 안전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화됐다. 지난달 강서구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 두통과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했다. 지난해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도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왔다. 일부 학생이 아토피나 비염을 호소하기도 했다. 동래구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당시 아이들 비염이 속출하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 학교에 공기질 검사를 요청했더니 실제로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부적합이 나왔다”며 “학부모들이 검사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원인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러 운영 가이드라인 구체성 떨어져

모듈러 교실을 사용하다 건강 악화를 호소한 학생들은 ‘새집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한다. 모듈러 교실에서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호흡기 질환이나 아토피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모듈러 교실은 제작 기간이 평균 3개월로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개학 직전 급히 준공되고, 공기질 검사도 준공 이후 초반에 주로 이뤄진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도 베이크아웃(유해물질 제거)이나 환기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의대 환경공학과 이승원 교수는 “모듈러 교실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준공 이후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고 열을 올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유해 물질 농도가 적어도 어린 학생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며 “학부모와 교육청, 학교가 협의해 모듈러 교실 정화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될 때까지 개학을 늦추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모듈러 교실 운영 가이드라인도 허점이 많다는 평가다. 모듈러 교실 실내 공기질 점검에 대해선 연 4회로 일반 교실 연 2회보다 규정은 강화했으나, 공기질 정화 방안은 부족하다. 충분한 환기와 유해물질 제거를 수차례 실시한다고 명시했을 뿐, 준공 직후 얼마나 어떻게 정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설명이 빠져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모듈러 교실이 설치된 26개 학교에 대해 공기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각 지원청과 협력해 점검을 나갈 것”이라며 “모듈러 교실 설치학교 공기질 특별점검도 4월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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