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처분’ 소년범 감호시설, 부울경엔 없다
남자 6호 비율 매년 감소세
여자 청소년보다 훨씬 낮아
부산 위탁 기관 대전 효광원
정원 차면 아예 소년원 송치
부산·울산·경남이 지역에서 소년 범죄를 저지르는 위기 청소년을 품어주지 못하고 있다. 소년범 사회 교화를 돕는 ‘6호 감호위탁시설’(이하 6호 시설)이 없어 위기 청소년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선 6호 처분을 받으면 대전까지 보내는데 이마저도 정원이 차면 법원은 소년원 송치 등 다른 판결을 내린다. 성인보다 재범률이 높은 소년 범죄 특성상 미성년자가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설이 지역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부산 지역 남자 소년 범죄 보호 처분은 2020년 1916건, 2021년 1608건, 2022년 2041건, 지난해 2205건으로 증가세다.
이 중 남자 6호 처분 비율은 같은 기간 1.3%(25명), 0.8%(14명), 0.8%(18명), 0.7%(16명)로 줄어드는 추세다. 여자 6호 처분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여자 6호 처분은 7.6%(30명), 6%(25명), 5.6%(25명), 5.3%(25명) 순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남녀 6호 처분 비율 차이는 소년 사건의 남녀 성비가 8 대 2인 사실과 크게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부산은 물론 인근 경남과 울산에 남자 6호 시설이 없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남자 6호 처분 감소가 범죄 감소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소년원 입소 처분을 내릴 정도의 사안이 아닐 경우 교화 차원에서 6호 처분이 내려지는데 시설 부족 탓에 소년범에게는 6호 처분이 잘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6호 처분은 소년 범죄 예방 및 차단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소년법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 처분은 1~10호로 나뉜다. 6호는 가정이나 청소년 회복센터 등으로 돌려보내는 1호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8~10호의 중간 단계 처분이다. 6호 시설은 여러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소년범 재범률을 낮추고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부산가정법원의 경우 남자 6호 시설 지정 기관은 대전 효광원이다. 전국적으로 남자 6호 시설은 서울 2곳, 경기 1곳, 충북 1곳, 대전 1곳, 전북 1곳 등 총 6곳이다. 부산가정법원은 통상 6호 처분을 내리기 전에 효광원에 입소가 가능한지 먼저 문의한다. 효광원에는 서울, 대구, 인천, 광주 등 전국에서 아이들이 오는 탓에 입소조차 쉽지 않다. 부산가정법원 한 판사는 “6호 처분을 해야 할 미성년자가 생기면 효광원에 먼저 연락하는데 보통 자리가 없다고 회신이 오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고 밝혔다.
법원은 효광원 정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6호 처분과 기간이 같은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이나 1호 처분 중 신병을 인수하는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6개월을 보내는 처분을 내린다. 시설 정원에 따라서 법원 판결이 바뀌는 상황인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부 법원에서는 한 달 전부터 예약할 정도로 시설 입소가 치열하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