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영도 '영블루밸리' 사업, 인구소멸 방지 모델 되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삼진어묵·모모스 등 민간 기업 주도
원도심 부활·도시 재생 마중물 기대

국토교통부의 '영블루밸리' 사업이 진행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인근의 봉래나루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국토교통부의 '영블루밸리' 사업이 진행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인근의 봉래나루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극심한 인구소멸 지역인 부산 영도구에서 민관이 힘을 합쳐 도시를 살리는 ‘영블루밸리(Young B.L.E.U. Valley)’ 사업이 진행된다. 관 주도의 기존 사업 방식과 다르게 지역 기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업과 단체 등 ‘지역 플레이어’가 도시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과 고용 등을 위한 맞춤 사업을 주도하고,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영도구가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삼진어묵, 영도 모모스커피, 무명일기, 원지, 끄티를 비롯한 식품·음료 기업과 로컬크리에이터 RTBP와 소상공인, 영도문화도시센터, 부산테크노파크 등 28곳이 뜻을 모은 민관협의체 ‘봉래나루친구들’이 그 주인공이다. 2026년까지 국비 50억 원을 포함해 시·구비 50억 원, 민자 11억 원으로 영도를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로 한때 부산 경제를 이끌었던 영도는 지난 10년간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빠져나가면서 지역소멸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봉래나루친구들’은 이런 영도에 다양한 식음료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R&D센터와 콘텐츠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용과 창업을 확대하고, 관광객 유입을 증폭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봉래동 물양장 창고 일대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을 확대할 계획이다. 식음료 산업 활성화와 도시 재생은 영도 부흥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가운 소식은 영도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전면에 나서서 자본과 콘텐츠, 기업 역량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관이 주도한 도시 재생 사업이 종료 이후에는 흐지부지되던 데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도시 재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물양장과 항구, 조선소, 창고 등이 밀집한 봉래동 일대 수변공간 활용에 대해 민간의 비전과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선진국에서는 도시 재생에 민간의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일상화된 추세기도 하다. 이를 통해 천혜의 수변 지역인 영도의 정체성을 살려 고용과 창업, 청년인구 유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영도는 늙고 소멸하고 있는 부산과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영도의 위기는 나라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9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저출생과 지역소멸 문제로 존망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를 넘어 초초고령화 지역인 영도구에서 민간 주도로 벌어지는 영블루밸리 실험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영도 부활은 원도심 활성화의 마중물로 영도를 넘어 부산시민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도 모처럼 붙은 민간 창의력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지원은 하되 행정 개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업이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