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 자충수 둔 일본 이시바 … 과반 실패로 ‘식물 총리’ 전락 위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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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비자금' 심판론 여당 줄줄이 낙선
야당도 단일화 난항 정권 교체 오리무중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리가 중의원 선거 하루 후인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리가 중의원 선거 하루 후인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일본 정국은 한 치 앞도 못 보는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1석을,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했다. 이들 의석수 합계는 215석으로 중의원 465석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했다. 두 정당은 선거 시작 전 의석수가 각각 247석, 32석 등 총 279석이었다.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사건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148석을 확보하면서 기존 98석에서 50석이 늘어났다. 또한 국민민주당도 7석에서 28석으로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공산당은 10석에서 8석으로 각각 감소했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이 의석수 단독 과반을 밑도는 것은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 15년 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파문,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결과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4전 5기 끝에 당권을 거머쥔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취임한 역대 총리 중 최단기간에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을 단행했다. 이후 당내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비자금 스캔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연루된 의원들을 공천 배제하고 반대파를 포용하는 등의 행보를 펼쳤다. 하지만 자민당 본부가 비자금 문제로 공천하지 않은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당 지부에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 엔(약 1억 80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선거 직전 알려지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른 야당을 포섭해 연정을 확대하거나 사안별로 일부 야당과 협력하는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등과 손을 잡고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는 형태 등이다. 그러나 이들 정당은 선거 전 연정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어 이시바 총리는 ‘식물 내각’의 책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당내에서 (이시바 총리)퇴진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개표 중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임에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다만 야당도 단일 총리 후보를 추대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많은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각 진영의 이념 차이를 확인했다. 일단 자민당 독주 체제에 균열을 만든 입헌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다른 정당과 연대를 모색하며 정권 탈환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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