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성장률 전망 또 하락, 정치 불확실성 제거 시급하다
한은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심리 위축”
정치권, 엄정한 수사·심판에 뜻 모아야
경기 침체로 문 닫는 소상공인들이 급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산신용보증재단의 사고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규모가 무려 2633억 원이다. 이때 사고는 소상공인 등이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아 빚을 내고는 기한 내 갚지 못한 경우다. 이는 비단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단위에서도 사고액은 1조 6600억 원을 넘어 2023년 말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소상공인이 빚을 갚지 못하는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말은 그만큼 내수 등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오랜 기간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코로나19 사태가 꺾이고 각 경제 주체들의 활동이 재개됐지만, 우리 경제는 오히려 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이라도 좋으면 그나마 참고 견딜 수 있겠건만, 지금 형편이라면 그조차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6∼1.7%로 낮춰 잡은 게 그런 사유의 하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이 1.9%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0.2∼0.3%포인트(P)나 낮춘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기획재정부의 1.8%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다. 0.2%P 낮춘 게 대수인가 싶겠지만, 그에 따라 줄어드는 실질 GDP는 수조 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 수치일 뿐, 실제 경제 충격 규모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역시 한은의 지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당초보다 낮춰 잡은 이유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영향’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이번 경제 전망 수정치를 이례적으로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공개했다. 보수적인 한은마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타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충격의 규모가 6조 3010억 원에 달한다. 거기에 소비·투자 심리의 위축까지 고려하면 정치 불확실성이 초래한 대가는 계량을 불허할 정도로 혹독한 것일 테다.
한시라도 빨리 정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정치 불확실성은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사라진다. 한은이 제시한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후 급격히 치솟은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급락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땐 일시 높아졌으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다시 크게 낮아졌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엄정한 내란혐의 수사와 탄핵 심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진정성이 중요한 때다. 조기 대선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의 안녕에 뜻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