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헌재 흔들기' 공세… 탄핵심판 불복 노림수인가
재판관 비방·압박… 민주주의 근간 위협
탄핵 결정 불복 구실 의도로 의심받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여당 지도부와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헌재 흔들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재 재판관들의 법 해석에 승복 못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탄핵심판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정계선 같은 진보 성향 재판관이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탄핵심판에 대한 여당의 불복 노림수처럼 보여 심히 우려된다.
헌재는 여권의 공세에 “탄핵심판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헌법은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에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임명·지명·선출할 권한을 부여해 헌재의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한다. 헌재에는 여러 성향의 재판관이 혼재돼 있다. 또한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해 재판의 독립을 보장한다. 이는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한데 진보 성향 재판관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탄핵심판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다.
사법부에서 특정 성향의 사조직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문제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여당이 이를 빌미로 헌재를 공격하면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물론 사법부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방, 협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다. 여당은 문 헌재소장 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했다는 허위 주장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아 카르텔이라며 막말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이 헌재의 탄핵심판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공격하는 것은 헌재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건 판사 개인이 아니라 삼권분립이란 운영 시스템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민주당이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했을 때 여당은 “민주주의 파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현재 여당이 헌법재판관을 공격하는 건 본질적으로 민주당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헌재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오직 헌법에 입각한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할 독립적인 기관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압박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여당의 헌재 공세는 나중에 대통령 탄핵 결정에 불복할 구실을 만들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