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의 김해와 인천 양대 LCC 허브 제안 기만적이다
양다리 걸치면 '무늬만 허브' 전락
인천공항 경쟁 '두 번째 공항' 원해
부산이 그리는 ‘글로벌 허브도시’의 미래상에서 가덕신공항은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덕신공항의 차질을 예고하는 갖가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연장과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2029년 개항 계획이 흔들리는 게 대표적이다. 가덕신공항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부산 본사 거점 항공사 유치도 지역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초 추진된 에어부산 분리 매각 후 부산 존치 방안이 무산된 데 이어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라도 부산에 남기는 방안도 정부와 산업은행의 무관심에 유야무야될 판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통합 LCC 본사와 관련해 ‘인천·김해 양대 허브’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아시아나를 합병한 대한항공 측에 제시한 나머지 2개 안은 아시아나 자회사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와 분리 매각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3개 LCC를 통합하기 위해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나 분리 매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남은 선택지는 대한항공 산하 통합 LCC로 가는 길뿐이다. 부산은 에어부산의 지역 거점 역할 부여에 실패한 것은 뼈아프지만 그나마 통합 LCC 본사라도 유치하자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제안이 가덕신공항을 ‘한국의 제2 허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에어의 제2 허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설 LCC가 인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사용하되 지역은 두 번째 모항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기만적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모항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LCC들도 본점은 지방에 두되 항공기 정비 등을 위해 인천공항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무늬만 허브 공항’의 신세를 극복하기 위해 에어부산을 가덕신공항에 본사를 둔 거점 항공사로 육성하려 했던 것이다. 산은의 제안이 이뤄지면 인천공항이 모항인 진에어 중심의 통합 LCC에 있어 부산은 취항 공항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5월 초 황금연휴에 김해공항은 무려 18만 명에 달하는 승객이 몰려 몸살을 겪어야 한다. 공항 시설과 인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연휴만 되면 사실상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지역민이 해외에 오갈 때 왜 그런 불편과 비용을 치러야 하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국토균형발전의 무시와 반복되는 식언이 겹친 결과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나 지방에 제2 허브 공항 구축 등 숱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은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국내 두 번째 허브 공항을 원한다. 지역 공항을 반쪽으로 만들고 들러리나 세우며 생색을 내려는 시도는 단연코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