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 반발 부른 '대주주 세금' 혼선, 정책 불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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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코스피 5000 시대' 구호에 찬물
당정 엇박 속 오기 관철에만 골몰해서야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34포인트(0.91%) 오른 3,147.75,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27포인트(1.46%) 오른 784.06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34포인트(0.91%) 오른 3,147.75,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27포인트(1.46%) 오른 784.06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당정협의회의 세제개편안을 놓고 시장의 반응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는 4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당내 함구령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논란이 많은 사안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가 아니라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이유지만 사실상 재검토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본의 흐름을 바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목표 차질을 우려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는 줄곧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1일 4%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300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이를 놓고 대미 관세 협상 결과가 기대에 못미치게 나온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과 전날 발표된 당정의 세제개편안 영향 때문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주말이 지나면서 이 같은 분석은 관세 협상 결과에 세제개편안이 기름을 부으면서 악영향의 크기와 폭을 키운 게 아니냐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 사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 원을 넘나드는 현실에 10억 원 주식 보유자를 대주주로 보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고 결국 당대표가 함구령을 내리기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3200을 넘어서자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이라는 구호를 띄우며 부동산에 쏠린 자본의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를 밝힌 뒤 곧장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법안이 나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는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코스피 5000 특위’까지 꾸리는 등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던 터였다. 잔뜩 애드벌룬을 띄워놓고는 전 정부가 완화한 대주주 요건을 바꾸겠다며 의도적으로 이에 반하는 입법을 밀어붙였다면 악의적인 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자본시장 경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무능의 범주에 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을 정책의 목표로 삼은 방향성은 대체로 옳다는 평가다. 현 시점에서 부동산 투기로 몰리는 자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기업 펀더멘털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당정의 후속조치가 곧바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미 관세 협상 와중에도 최전방에 나선 기업을 옥죄는 법안 처리 속도전에 더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정부와 엇박을 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민주당이 전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겠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 오기의 입법에 골몰한다면 이번처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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