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극 군사 역량에 대대적 투자… 전략적 요충지 전환" [북극항로, 바다 중심 되다]
러시아발 북극 갈등 해법 ‘협력’
러시아, 영향력 빠르게 확대
유럽 상대 하이브리드 전쟁
해군력·전략 무기 역량 강화
러시아 제외 국가 협력 절실
지난 3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열린 ‘2026 북극 프런티어’에서는 서방세계로부터 고립 당한 러시아가 북극을 매개로 새로운 군사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군사· 비군사 전략의 병행을 통해 북극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서방국가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극 관련 주요 인프라 파괴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와 같은 선전 전술을 병행하며 접경국의 불안을 조성하고, 서방의 결속력을 와해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열린 ‘2026 북극 프런티어’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북극에 미치는 영향’ 세션에서 제기됐다. 노르웨이 북극대학교(UiT)와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NUPI)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세션은 북극에서의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북극 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러시아의 동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극을 기존의 ‘비군사적 협력 공간’에서 탈피시켜 전략적 요충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르마스 파에트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은 러시아가 북극 내 영향력 강화를 위해 유럽 전체를 상대로 군사, 비군사적 전략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미 2014년에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는 북극 군사 역량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으나 서방 국가들은 평화로운 북극이라는 관념에 기대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극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핀란드로 이주민을 밀어내고, 발트해를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유럽 내 공항에 대한 방해 공작 등도 그 예이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핀란드는 러시아와의 국경을 차단했는데, 핀란드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관문 역할을 하는 핀란드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러시아가 이주민을 일부러 밀어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카리 아가 마이클보스트 노르웨이 북극대학교 교수도 “러시아가 노르웨이의 자치령인 스발바르제도에 제2차 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대규모로 벌이거나, 기념비를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가 북극에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극, 러시아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매체 ‘바렌츠 옵서버’의 편집장인 토마스 닐센은 러시아의 해군력은 더 강화됐지만, 정작 이를 막을 ‘군사 핫라인’은 사라진 상황이라 다른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국경 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으로 크게 줄었으나, 해군력과 전략 무기 테스트 역량은 더욱 강화됐다”며 “러시아는 북극 지역에서 각종 신무기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냉전 시대 이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 협정)이 사라지면서 군사적 소통 창구가 없어지면서 전쟁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 북극이사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도,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들의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극권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러시아 영토이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러시아도 북극이사회 활동을 중단했다. 엘라나 윌슨 로우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그린란드 매입 발언 등 미국이 유럽에 끼치는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 협력은 더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북극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사고 방지나 어업 등 필수적인 분야 등 하위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롬쇠(노르웨이)/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