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경쟁 피하는 건설사들… 움츠린 부산 재개발·재건축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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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입지 잇단 유찰 사례
광안5구역, GS건설 단독 입찰
우동1구역은 아예 무응찰 그쳐
긴 불황 여파 치솟는 공사비 탓
선별 수주·수의계약 치중 전략
향후 조합 주도권 상실 등 우려

분양시장 불황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대한 관심이 식어간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 삼호가든. 김종진 기자 kjj1761@ 분양시장 불황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대한 관심이 식어간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 삼호가든. 김종진 기자 kjj1761@

‘대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부산 주요 입지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최근 잇따라 단독 입찰이나 무응찰로 유찰됐다. 분양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는 데다 공사비마저 급등하고 있어, 주요 건설사들은 상급지라 하더라도 지방 사업장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9일 지역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마감된 수영구 광안5구역 재개발 사업 1차 시공사 선정에 GS건설이 유일하게 입찰했다. 이번 입찰은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은 탓에 유찰됐다. 조합은 곧바로 2차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20일 2차 현장 설명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수영구 광안동 138-6번지 일원 10만 9387㎡에 지하 2층~지상 35층, 아파트 16개 동, 2058세대 대단지를 조성한다. 부산의 핵심 관광 상권으로 부상한 광안리 해수욕장과 부산도시철도 광안역과 인접해 대어로 손꼽히는 사업장이지만 경쟁 입찰에는 실패했다.

해운대구 삼호가든을 재건축하는 우동1구역은 지난달 2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입찰을 실시했으나 참여한 업체가 없어 무응찰로 유찰됐다.

지방 최초의 ‘아크로’ 브랜드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우동1구역은 지난해 11월 당초 시공사였던 DL이앤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2021년 조합이 DL이앤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평(3.3㎡)당 609만 원의 공사비를 제안했는데, 2024년 시공사 측에서 이를 848만 원으로 증액을 요구하자 갈등이 커졌다.

조합 측은 “DL이앤씨가 지나치게 무리한 안으로 고집해 불가피하게 시공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동1구역은 유찰 이후 지난 4일 2차 입찰 공고를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었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KCC건설, 동원개발 등 4곳이 참석했다.

주거 상급지인 동래구에 위치한 명장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도 경쟁 입찰이 성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는 이 사업장에 두산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수의계약 형태로 시공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극한의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나 용산구 등 핵심 정비사업장에서도 건설사들이 경쟁 입찰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분양시장 불황으로 일반 분양이 수월하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지방 사업장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방이라고 해서 공사비가 적게 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별 수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75로 집계됐다. 2000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 지수는 지난해 9월(131.66)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넉달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1군 건설사 관계자는 “홍보 직원만 수십 명씩 고용하며 물량 공세를 퍼붓던 시절은 다시 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며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해 본 뒤 ‘애매하다’ 싶으면 건설사끼리 되도록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조합이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착공 단계에서 시공사가 공사비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이제 관례처럼 굳어졌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사업 추진이 급한 조합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착공을 목전에 두고 시공 계약을 해지하면 답답한 쪽은 건설사가 아닌 조합원들이 된다.

부산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한국부동산원에서 공사비 인상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조합이 시공사에 요구할 것은 적절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하이엔드 브랜드는 고사하고 적절한 주거 품질로 아파트를 완성해 달라는 말조차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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