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아진 고리원전 감발 수급 조절용 양수발전소 필요하다
올봄 발전량 감소 조치 13일로 급증
설비에 부담… 안전 우려 문제 해소를
고리원전이 원전 가동률을 100% 이하로 낮추는 감발을 올해 3~5월 13차례나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에서 바라본 고리원자력발전소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올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출력을 줄이는 ‘감발’ 조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거래소가 3~5월 93일 중 고리원전에 감발 조치를 내린 기간은 13일에 달한다. 2021, 2022, 2024년에는 같은 기간 단 한 차례도 감발이 없었고, 2023년 봄에만 3차례 감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감발은 국내 총 전력량이 과도하게 생산되면 전력 수요와 공급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100% 미만으로 낮추는 조치다. 과잉 생산된 전기는 물리적으로 폐기하기가 어려워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감발은 원전 설비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 안전에 대한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올봄에 감발이 늘어난 이유는 일조량이 풍부한 날이 많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봄에는 전력 수요가 연중 최저치에 가까워지지만, 일조량 증가로 태양광 발전량도 늘어난다. 그나마 주중에는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기업의 전력 수요로 인해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공급 대비 수요가 적어 감발 조치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체 발전설비에서 분산형 전원인 태양광발전소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에 맞게 송전망을 충분히 갖추고,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을 다른 시간대로 분배할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투자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원전 감발을 자주 하면 원전 설비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출력을 100% 가동하는 상황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출력을 낮춰 온도가 낮아지면 배관이 딱딱해져 파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출력을 규정보다 빠른 속도로 낮추거나 높이면, 핵연료가 깨지며 핵연료 내부의 방사성 물질이 노출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방사능 유출을 막는 원자력발전소 내 보호막인 원자로의 내부가 방사선에 오염될 수 있다. 원전은 출력 제어 과정과 절차가 매우 복잡해, 만약 운전자의 실수라도 빚어지면 큰일이다. 원전 밀집 지역에 사는 부울경 주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감발 조치는 현재 전력 소비량이 지속되고 태양광 발전소의 생산량이 줄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 수요가 부족한 봄철마다 일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양수발전소가 세워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도 전력 수급의 유연성을 높이는 시스템 구축과 함께 실행돼야 한다.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에너지 정책을 통해 원전 감발에 따른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