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K문화 성공이 주는 도시 정책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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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한국 라이프스타일 지구촌 트렌드화
글로벌 협업 품질 향상 해외 팬 유인
유연·창의 생태계로 경제 가치 창출

지역 불균형·주거 불안 해결에 힌트
일극 극복할 다중 중심지 전략 시급
비수도권 공동체 강화 자부심 안겨야

요즘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에서 전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접한다. 과거에는 콘텐츠 소비에 그쳤다면 이제는 K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된 듯하다.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코스를 체험하는 데일리케이션이 열풍이다. 치안이 안전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밤낮으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세계인에게 한국의 각종 문화 콘텐츠와 제품이 각광을 받는 지금, 문화처럼 도시와 주거 정책도 글로벌 표준으로 거듭날 방안은 없을까.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으로 세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지역 불균형 문제와 주거 불안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 등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섰다. 수도 초집중형 국가인 일본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30%, 프랑스는 파리권 과밀 인구가 국가 인구의 20%에 이른다. 우리는 선진국 중에서도 집중도가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도권 집중이 고착화 구조가 아니라 전환 가능한 중간 단계에 머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한층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균형발전 정책과 함께 늘 이슈가 되는 것은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논의다. 정부는 3기에 이르는 신도시 개발과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을 통해 꾸준히 서울과 수도권 주택을 늘려왔음에도 수도권은 공급 부족인 상태이고 지방은 오히려 공급 과잉인 상태다. 그동안의 주택 공급 정책은 단기간에 양적 공급을 늘리려는 데 초점이 있었고 결국 주택 공급의 딜레마는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 문제에 집중되며, 이는 곧 국가 균형발전 논의와 연결된다.

사실 주택 공급 정책과 균형발전 두 정책은 목표부터 엇갈릴 때가 많았다.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의 공급을 늘리면 인구와 자원이 더 서울로 집중되고, 지방 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서울 집값 급등 등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난 대응과 지방 살리기 사이에 우선순위가 엇갈릴 때마다 충돌이 표면화되었다. 충돌 원인은 주택 공급을 위한 정책의 단기성, 중앙집권적 정책 결정 구조, 수도권 집중 근본 요인의 잔존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국가 차원의 공간 정책과 시장의 힘이 충돌하며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웠다.

그런데 K컬처의 전 세계적 성공은 도시주거 정책 설계에 통합적 힌트를 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 주류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요원해 보였다. 여러 장벽이 존재했는데,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이 높았고 자본과 인프라의 부족 등이 문제였다. 2000년대 이후 이런 장벽들은 창의적 전략으로 무의미해졌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였고, 열성적인 팬덤과 커뮤니티도 자발적 마케팅 주체로 활약하여 자본 부족을 보완했다. 글로벌 협업과 현지화로 제작 규모와 품질을 향상시켰다. 지역 기반 축제와 인프라 확충으로 젊은 해외 팬들을 지역으로 유인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민간 투자의 혁신적 시스템으로 민관의 협력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K컬처 성공의 이면에는 전략적 조율이 있었다. 국내 시장을 등한시하지 않되 해외를 향한 혁신을 계속하며 로컬과 글로벌 요소의 전략적 결합을 이루었고, 국내외의 다원화된 허브를 형성하고 국내 각지에 특화된 행사와 시설을 마련했다. 생활문화와 산업의 결합으로 문화 향유를 관광 유통 제조산업과 연계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K컬처 성공 전략은 상충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통합적 사고와 전략적 조화의 산물로서, 이는 곧 도시와 주거 정책에도 통섭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K컬처가 서울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여러 국내외 거점을 활성화했듯 주택·도시 정책도 다중 중심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둘째, 주택 공급에 지역의 생활문화와 산업을 결합하여 도시 정체성을 바꾸고 지속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주민, 민간 기업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중심기관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K컬처가 콘텐츠의 꾸준한 품질관리로 결국 성공한 것처럼, 주거의 질과 안전을 중시하고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이다.

K컬처가 보여준 유연하고 창의적인 생태계 구축의 사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 통합에 값진 통찰을 준다. 주택 정책이 곧 지역 균형 정책이고 지역 발전이 곧 주거복지와 연결된다는 관점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성공에서 해답을 찾는다면 우리의 주거 및 도시 정책 역시 글로벌 표준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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