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카이치 총리 총선 압승, 실용외교 중요성 더 커졌다
1강 체제 구축… 장기 집권 토대 마련해
개헌 발언 주목, 셔틀 외교로 우려 관리를
호류지 방문한 한일 정상. 연합뉴스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하며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를 단독으로 넘겼다.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다. 연립 여당까지 포함하면 의석은 4분의 3에 육박한다. 자민당 압승을 주도한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로 명실상부한 ‘1강 체제’를 구축했고 장기 집권의 토대까지 마련했다. 조기 해산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일본 정치를 다시 절대다수 시대로 돌려놓았다. 요는 이 같은 변화가 동북아 질서에 미칠 파장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첫 여성 총리이자 비세습 정치인이라는 상징성, ‘강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명확한 메시지가 보수층은 물론 무당층까지 끌어모았다. 경제 침체와 안보 불안 속에서 일본 유권자들은 안정과 결단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특히 방위력 강화, 외국인 규제 강화 등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기조는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흐름과 맞물렸다.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의석을 크게 늘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이로써 다카이치 내각은 자위대 역할 확대 등 안보 정책 전반을 한층 더 자신 있게 추진할 여건을 갖추게 됐다. 일본 정치의 보수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전날 출구 조사에서 압승 전망이 나온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이 자민당의 당론임을 분명히 하며 평화헌법 9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조항 재검토 가능성, 야스쿠니 신사 참배 환경 정비 발언도 해 주변국을 자극했다. 당장 참의원 구도상 개헌안 발의는 어렵지만 2028년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외교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한반도 안보 환경과 군비 경쟁, 중일 갈등의 연쇄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가 일본의 정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다.
과거 일본의 우경화는 주변국에 경계심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안보 강화는 트럼프 2기 미국의 압박과 중일 갈등 속에서 일본이 처한 구조적 현실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국 외교의 축은 실용이어야 한다. 한미일 공조를 활용하되 국익과 원칙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일본의 군사적 정상국가화에는 전략 대화와 셔틀 외교로 우려를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중일 갈등의 파고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도를 경계하며 외교적 자율성도 지켜야 한다. 다카이치의 총선 압승은 일본 정치의 전환점이자 동북아의 시험대다.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되, 협력할 사안에는 적극 협력하고 경계할 지점에서는 분명히 선을 긋는 실용외교가 지금 이재명 정부에 요구되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