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례 조항에 제동 걸린 행정통합 속도전… 예견된 혼란
정부, '중구난방' 특별법 불수용 의견
지자체별로 형평성 논란 불거질 수도
9일 대전광역시의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긴급 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특례로 내세우며 강력히 추진해 온 광역 행정통합이 암초를 만났다.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3곳의 광역 행정통합을 위한 개별 특별법이 담고 있는 특례 조항의 정부 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다. 정부 부처들은 해당 개별 특별법이 포함하고 있는 상당수의 특례 조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해당 특별법 심사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맞닥뜨린 정부 부처의 높은 벽에 통합 추진 지역에서는 거센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위로부터 추진해 온 행정통합이 불러올 부작용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정부 부처의 특별법 특례 조항 불수용 입장 표명으로 가장 들끓고 있는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이 지역이 마련한 개별 특별법 안에는 통합신공항 같은 대형 사업 예비타당성 면제 등 335개 특례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나 137개 조항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받았다. 정부 부처들은 광주·전남이 추진하려는 개별 특별법에 대해서도 374개의 특례 조항 중 119개 조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들에서는 “이러려면 굳이 특별법을 제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까지 나온다. 중구난방으로 추진돼 온 개별 특별법이 정부 부처 의견에서부터 ‘불수용’이라는 벽에 부닥치자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입법 초기부터 각종 부작용이 노정되자 속도전 식으로 추진돼 온 광역 행정통합에 대한 비판 여론도 다시 고개를 든다. 권한 이양 방식과 재정지원 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기준 마련이 없었기에 정부 부처 불수용은 예고된 부작용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 입법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개별적으로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을 낸 지자체 중에서는 다른 지자체의 특례 조항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곳도 있다. 이는 광역 행정통합이 현실화한 이후에도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례 불균형이 초래할 형평성 문제는 어쩌면 갈등을 넘어 또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행정통합이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당연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후 행정통합은 지자체에 제공할 정부의 인센티브를 내세운 속도전 양상이 됐다. 지방선거 전 통합 때만 인센티브를 준다는 식의 의도로까지 읽혔다. 위로부터 행정통합이 추진되다 보니 지자체 별로 마련한 특별법이 특례를 마구 넣게 된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라 할 것이다. 이제라도 행정통합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낚시성 이벤트에 가까운 방식으론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 부작용은 법 시행 과정에서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