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건영 12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 안정적 공공 물량 시급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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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평 58위 기록 중견 업체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도 제한
지역 건설업계 “일 할수록 손해”
건산연 “정부·지자체 나설 때”

부산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사 범양건영(주)이 12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 데 이어 관급공사의 입찰참가가 중단된다. 한때 시공능력평가(시평) 58위에 이르렀던, 설립 68년이 된 기업까지 휘청거리면서 지역 건설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정부·지자체의 사업 물량 발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범양건영은 6일부터 한달간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의 제한을 받는다. 공시에 따르면 “경영상 판단에 따른 ‘전주시 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용진~우아1) 건설공사’ 현장의 계약해지에 관한 조달청의 처분 결과”가 중단 이유다.

앞서 범양건영은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간 단일판매·공급계약 8건을 잇달아 해지했고 계약 해지 규모는 1924억 원에 이른다. 해지 규모가 가장 컸던 건은 부산 강서구 미음동 물류창고 신축공사로, 해지금액은 1237억여 원이다.

경영 위기가 심화되면서 범양건영은 결국 지난 1월 수원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지난달 법정관리를 개시했다. 범양건영 강병주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 년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유동성 제약이 심화됐고, 그 결과 2024사업년도 외부회계감사에서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아 현재 한국거래소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유예기간 중”이라면서 “이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은 연쇄적 영향을 초래했고 자산 압류 등 각종 법적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자체적인 유동성 개선만으로는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대표는 “회생절차는 기업 청산이 목적이 아닌 기업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법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 원가는 치솟았는데, 이를 수주 금액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면서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지난 2020년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범양건영은 1958년 설립돼 관급공사를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다. 1988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11년 한 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2013년 현재의 강병주 대표가 회사를 인수한 후 2014년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하고 2020년 시평 93위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범양건영의 재무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120억 원가량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269억 영업 적자가 날 정도까지 나빠졌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로 전환해 완전 자본 잠식에 들어갔다. 결국 법정관리 졸업 12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견실한 지역 건설사까지 휘청거리면서 건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성장의 3대 축이자, 일자리 창출 핵심 동력인 지역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안정적인 사업 물량 발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6 지역건설산업 통계’에 따르면, 건산연 분석 결과 2026년 1000억 원 규모의 건설 수주만으로 지역별로 954~1279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 회복을 위해 노후 인프라의 전면적인 개보수나 지역거점 개발사업을 하는 등 종합·전문기업이 역량을 발휘하고, 상호 협업할 수 있게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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