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 대신 담수, 동천 되살리기 근본적인 해법 될까
수질 개선 넘어 '재생' 관점 진일보
도시 기능과 생태 결합이 성패 갈라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은 오랜 기간 ‘죽은 하천’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부산시는 수질 개선을 위해 준설과 해수 도수 사업을 추진하고, 지난해에는 성지곡의 맑은 물을 흘려보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2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해수 유입 방식은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시는 1일 ‘백년의 귀환, 동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대심도 공사에서 확보되는 지하 담수를 활용하는 새 해법을 제시했다. 해수 대신 지하 담수 투입으로 동천을 근본적으로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시가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든 것이다.
부산시가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대심도 공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지하수다. 시는 사상~해운대 공사 현장에서 하루 3만 5000톤의 지하수가 용출되는 점에 주목하고, 부산형 급행철도(BuTX) 공사에서도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는 동천 친수공간 조성에 필요한 최소 유지용수인 하루 약 3만 9000톤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시는 이를 시민공원으로 끌어와 부전천을 거쳐 동천으로 흘려보내는 구상을 세웠다. 나아가 성지곡수원지에서 시민공원, 부전천, 동천으로 이어지는 수계를 복원해 서울 청계천 수준의 도심 생태축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런 점에서 부산시가 제시한 수변 네트워크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요는 담수 구상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느냐다. 외부 수원을 끌어와 흐름을 만든다고 해서 오염원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하수와 도시 구조에서 비롯된 오염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물만 바꾸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지하수는 비용 측면에서 해수보다 유리할 수 있지만, 공사 종료 이후에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부산시는 차집관로 사업을 5년 내 100%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염 유입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결국 하천 자체의 자정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떤 방식의 물을 투입하더라도 근본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시가 동천을 단순한 하천 개선을 넘어 도시 재생 축으로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정책 사례는 단일 해법에 의존한 동천 복원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담수 투입이 일정 부분 수질 개선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곧 생태 복원과 도시 재생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사 현장에서 확보되는 지하수의 공급 기간과 규모, 복개 하천 복원, 장기적인 하천 관리 전략이 잘 맞물리지 않는다면 이번 시도 역시 제한적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박형준 시장이 “동천은 산업화의 상징이자 부산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계획의 성패는 담수 확보라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도시 기능과 생태 복원을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