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밖 세상으로 나온 ‘물고기 가족’의 1년 생존기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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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미주리/이대진



우물 밖 미주리/이대진 우물 밖 미주리/이대진

미국인들은 외국에서 온 어린 학생을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라고 표현했다. 낯선 환경에 노출돼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뜻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라는 조언이기도 했다. 걱정하지 마시라! 아이들은 이내, 완벽하게 적응한다. 문제는 항상 우리 같은 어른이다. 저자의 긍정적인 사고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물에서 지낸 시간이 아이들보다 몇 배는 많지 않았나.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말라 죽지 않는 게 어디냐”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물 밖 미주리>는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가 가족과 함께 연수를 떠나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보낸 일 년의 기록을 담았다. 고작 일 년 연수하고 쓴 책?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자라는 족속은 좀 다르다. 개학 첫날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낼 때면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제대로 적응이나 할까”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부모 마음이다. 자식 걱정보다 먼저 미국의 스쿨버스 시스템에 눈길을 보내는 걸 보니, 천상 기자가 맞다. 이 기자가 연수를 마치고 막 돌아왔을 때가 생각난다. 꽁지머리에 시뻘겋게 탄 얼굴이 웬 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이 신문사에 방문했다고 착각할 뻔 했다.

에필로그에 등장한 가족들의 글도 인상적이다. 현직 교사인 이 기자 아내는 구구절절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 칭찬 일색이었다. 미국은 스승의날에 대놓고 선생님께 선물을 보내게 하는 문화가 우리와 많이 달랐다. 심지어 선생님의 선물 호불호 성향이 담긴 정보를 가정통신문 형태로 아이 편에 보내기도 한다니 더욱 놀랍다. 금품 수수(?) 문화가 있는 미국 초등학교 교사·학부모의 관계가 한국보다 건강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5학년 가온이는 “미국 안 가면 안 돼?”라고 걱정하던 평범한 아이였다. 불과 일 년 만에 “영어 실력이 아니라 미국에서 너무나 많은 경험을 했다는 점 때문에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괜히 내가 더 뿌듯하다.

미국은 대체 어떤 나라인가. 아이들을 위해 큰맘 먹고 다녀온 디즈니월드가 돈을 더 내면 합법적인 새치기 권한을 준다니, 씁쓸한 미국이다. 배울 거리가 널린 미국 아이들은 할 만한 애들만 공부한다. 정년 은퇴 뒤 화가로 등단하는 경우가 많아 부산 남구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되는 도시에서 100명이 넘는 예술가가 활동한다. 피아노도 아이의 수준에 맞춰 여러 곡을 연주로 들려준 뒤, 아이가 선택한 곡을 통째로 가르친다. 체르니 몇 번까지 치느냐는 우리만의 기준이지, 우물 밖 표준은 아니었다. 올챙이였던 아이들이 우물 밖 물정을 알면서 개구리로 잘 성장하는 모습이 반갑다.

알고 보니 저자는 대학에 다니며 여름방학 때 서울 자취방에서 전남 땅끝마을까지 나 홀로 자전거 여행을 했다. ‘아메리카 대륙 자전거 종단’이라는 개인의 꿈은 일단 접고 가족들과 자동차로 미 대륙 구석구석을 누볐다. 버킷리스트에 넣어둔 그 꿈을 격려해 주고 싶다. 개구리들은 다리가 더 단단해져 스스로 점프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우물 밖 세상은 두려운데…. 여전히 생각이 올챙이 시절에 머물러 있는 늙은 개구리는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이대진 지음/호밀밭/392쪽/22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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