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통영시장 임기 말 351억 민생지원금 시의회 보이콧에 제동
통영시의회, 11·12일 임시회
관련 조례안·예산안 처리 무산
상임위서 보류·전액 삭감 의결
국힘 의장 직권상정 계획 불구
본회의 ‘정족수 미달’ 자동 산회
민주당 전원, 국힘 일부 불출석
속보=6·3 지방선거 패배로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둔 천영기 경남 통영시장이 임기 내 집행하려던 351억 원 규모 자체 민생지원금(부산일보 6월 11일 자 12면 등 보도)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임기 말 무책임한 지방 재정 알박기 논란 속에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조례안과 예산안이 끝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영시의회는 지난 11~12일 제243회 임시회 열어 ‘통영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최종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조례안은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에게 현금성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다. 추경안에는 이에 필요한 예산 351억 원이 포함됐다.
임시회 개회 직전까지만 해도 조례안과 예산안 모두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현역 의원 13명 중 8명이 천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더불어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딴판이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는 11일 예비 심사에서 관련 조례안을 공감대 부족 등을 이유로 ‘심사 보류’했다. 산건위는 국민의힘 3명,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국민의힘 1명이 불참한 상황에 찬반 격론이 벌어졌고, 민주당 최미선 의원이 제출한 ‘조례안 보류 동의안’이 거수 표결을 끝에 찬성 3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관련 예산안 역시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전액 삭감했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1일 열린 제243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통영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부산일보DB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속인 의장에게 직권 상정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뒷날 본회의에서 부활할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개의도 못했다. 안건 의결을 위해선 최소 7명이 필요한데, 현장에는 국민의힘과 무소속 의원 6명만 출석했다. 민주당 전원과 국민의힘 3명은 등원을 거부했다.
배 의장은 곧장 정회를 선포하고 성원되길 기다렸지만 끝내 반전은 없었고, 회의규칙에 따라 이날 자정을 기해 자동 산회했다. 이 때문에 배 의장이 직권상정을 준비한 조례안도 그대로 폐기됐다. 예산안 역시 본회의 직전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전액 삭감안이 가결됐다.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법적 근거와 재원 모두 사라진 것이다.
천 시장 임기 내 집행을 위해선 이달 중 임시회를 다시 소집해 조례안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번 임시회를 통해 다수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감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김혜경 의원은 “충분한 검토 없이 임기 말 무리하게 추진되는 재정 집행에 대한 시민과 의회의 우려가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며 “민의를 온전히 반영한 민선 9기 시정이 공식 출범하면 정당한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을 거쳐 투명하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제10대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일동은 1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거스르는 임기 말 ‘재정 알박기’를 중단하고 민선 9기 출범 후 정상 절차를 통해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논쟁의 불씨가 된 민생회복지원금은 천영기 현 시장의 6·3 지방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침체한 상권을 활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급액은 전 시민 인당 30만 원, 대상은 통영시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과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 11만 6000여 명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작년 말 기준 748억 원 남았다.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최대 50%까지 사용할 수 있다.
관건은 지급 시기였다. 재선을 자신하던 천 시장은 앞서 지원금 지급 시기를 ‘6월 20일부터’로 못 박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일이 꼬였다. 민주당 강석주 당선인 역시 현금성 지원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인당 33만 원으로 금액만 다를 뿐 지원 대상과 재원은 동일하다.
강 당선인은 7월 1일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관련 절차를 진행해 8월 중 전 지급한다는 구상인데, 천 시장이 이달 중 지급해 버리면 당선인 공약은 첫 단추부터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에 민주당 현직 의원과 제10대 당선인 일동은 지난 10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거스르는 임기 말 ‘재정 알 박기’를 중단하고 민선 9기 출범 후 정상 절차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