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두만강 출해권과 부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9일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의 물밑 논의를 통해 두만강 출해권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주석이 과거와 달리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두만강 출해권은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중국은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러시아에 할양하면서 동해와 태평양으로 나가는 출구를 상실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양해 하에 동해로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안보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중국은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나오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나진항을 거점항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더욱이 상업적 이용에 그치지 않고 군함까지 주둔시킬 경우 북중러와 한미일의 안보 방정식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중국 해군이 동해로 진입하려면 남해와 대한 해협 또는 일본 인근 해협을 통과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두만강과 나진항을 이용하면 한미일 해양 봉쇄를 손쉽게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두만강 출해권에 대한 동의도 이미 얻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극항로 이슈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남해가 아닌 두만강 노선을 이용하면 북극항로 운항 시간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특히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운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빙상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북극권 개발과 새로운 물류 수송축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국이 길림성 등 동북 3성 지역을 북극항로 배후 구역으로 개발한다면 북극항로 시대에 한층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극항로를 계기로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을 추진하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우리의 북극항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인 부산의 전략적 지위가 약화된다면 해양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게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로서는 안보 불확실성까지 증가, 외교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는 방위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할 사안이라며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미 높다. 정부 차원에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두만강 출해권과 북극항로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