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이란 종전 합의해도 고물가 등 경제적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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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경제 보상 맞교환 MOU 체결 임박
전쟁 끝난 뒤 '민생 후유증' 장기화 대비를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 압바스 해변 인근에서 아이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강조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 압바스 해변 인근에서 아이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강조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핵무기 포기를 조건으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데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14일(미국 현지 시각) 서명’을 못 박으면서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된다”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이 최악의 국면을 넘기고 불확실성 완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세계와 한국 경제 모두에 긍정적 신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서명 일정과 방식을 놓고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이 끝나도 한국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과 고용 둔화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승인까지 받은 MOU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와 핵무기 포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과 제재 완화가 골자다. 양국은 MOU 체결 직후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 뒤 핵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제 금융시장과 에너지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MOU 체결까지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스위스 대면 체결과 비대면 전자 서명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인 14일 서명을 고집한다”고 반발하면서 체결식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종전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 전쟁은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이 겹치면서 물가와 고용 등 민생 지표가 흔들렸다.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오르며 전월(2.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전쟁 영향을 크게 받은 석유류 물가는 24.2% 급등했다. 5월 취업자는 2916만 명으로 1년 사이 4만 명이 감소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 흐름을 강조하며 ‘경기 하방 위험’ 표현을 삭제했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단기간에 정상화된다는 보장도 없다. 전쟁은 끝나더라도 그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란 전쟁을 교훈 삼아 한국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호황으로 경제 성장 지표가 개선되는 사이 민생은 팍팍해지는 양극화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 중동 화약고가 언제 다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경각심을 갖고 에너지 공급망과 전략 물자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통항 비용과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남아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응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종전 MOU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안도와 낙관보다 필요한 것은 구조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냉정하고 치밀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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